[e노블리안스]김창원/이란이 테러국가라고 생각하시나요?

  • 입력 2003년 9월 7일 17시 59분


여러분은 이란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시는지요?

사막, 살인적인 더위, 테러리스트, 호전적인 이슬람교도…. 바로 제가 지난주 이란에 다녀오기 전까지 가지고 있던 생각의 편린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서 본 이란은 이런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세계지도를 유심히 보신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이란은 중동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란은 걸프해를 기준으로 오른쪽, 위도상으로도 한국과 비슷한 북위 37도 정도에 위치해 있어 사계절이 뚜렷한 편입니다.

특히 일조량이 많아 당도 높은 과일이 풍부한데요, 생김새는 다르지만 복숭아 사과 배 수박 체리 등 다양한 과일이 생산됩니다.

이란에는 사계절 중 겨울에만 비 또는 눈이 내리는데 그 양이 만만치 않습니다. 수도 테헤란은 지대가 높아 5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이란은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가장 큰 국가이기도 합니다. 2000년 이후 매년 30억달러 규모의 교역을 해왔는데요, 특히 자동차 플랜트 등 기간산업 수출이 활발합니다. 이란을 달리는 차 100대 중 36대가 우리 차라면 믿으시겠어요?

사람들의 온화한 미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이란은 1979년 혁명 이후 사회주의 체제로 돌아선 데다 미국의 경제 제재까지 겹쳐 물자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여유와 따뜻한 인정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테헤란에서 길을 잃어 헤맬 때 낯선 이방인을 배려해주는 모습은 ‘이란=테러국가’라는 경계심을 일순간 허물어뜨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비록 주마간산 격이었지만 이란을 둘러보면서 우리가 너무 미국의 시각에 치우쳐 이란을 바라봤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와 그처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너무 부족했다는 반성과 함께 말입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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