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결의를 포기하고 이라크전쟁을 시작했다가 6개월 만에 유엔 결의안을 ‘구걸’하는 듯한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5일 조지워싱턴대에서의 이 발언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파월 장관은 다국적군 창설을 제안한 결의안 초안에 대해 프랑스 독일 등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날 초안에 대한 수정 용의를 밝힌 것.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북한이 먼저 행동을 바꿀 때’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기 전이라도 단계적 지원 가능성을 공개함으로써 정책 변화를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5일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에 대한 분석기사에서 “행정부 관리들은 대외정책 변화가 진화론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시계추는 외교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책 변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이라크전 사상자의 잇단 증가와 월 40억달러에 이르는 이라크 점령 비용으로 인한 재정 부담이 꼽히고 있다.
게다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들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일 처음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이 집중 포화를 받았다.
북한에 대한 정책 변화에는 더 적극적인 협상 자세를 요구하는 중국 한국 등의 ‘압박’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베이징 6자회담이 끝난 뒤 미국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장관도 파월 장관과의 회담 등을 통해 차기 6자회담을 위해 미국이 더 ‘정교한’ 대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재선을 노리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선거전 기간에 미국의 대외정책마저 비틀거릴 경우 대단히 불리한 여건에 처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정책 변화가 불가피한 것일 수도 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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