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스빌 주민들은 당시 테러범들에 맞서 싸우다 숨진 승객 승무원들의 용기를 기리기 위해 추락지점을 성소(聖所)화하고 있다고 BBC가 8일 전했다. 9·11 전에는 이름조차 생소한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을 찾는 사람은 이후 연간 1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생스빌에는 ‘영웅들의 대로(大路)’가 만들어졌으며 ‘플라이트93 기념 예배당’도 들어섰다. 지난해에는 ‘비극적인 운명에 맞서 싸운 시민 전사’들을 위해 한 독지가가 기증한 청동종이 이 예배당에 설치됐다. ‘천둥의 종, 플라이트93의 목소리’라고 명명됐다.
추락 지점에 조성된 언덕에는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 ‘93’이라는 숫자를 40개의 별이 둘러싼 성조기다. 40개의 별은 당시 희생된 탑승자 수. 언덕 근처에는 40개의 천사상이 묘비처럼 서있으며 언덕을 둘러싼 울타리에는 수만명의 참배객들이 남긴 나무십자가와 헌화 헌시들로 가득하다.
이곳을 미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처럼 국가적인 기념지로 만들려는 노력도 있다. 이를 위해 시민운동단체 등은 ‘강철 팔찌’ 10만개를 팔아 100만달러를 조성했다. 사이버공간에도 10여개의 추모 사이트가 만들어졌다.
이곳 주민 돈 랜디스(80)는 “당시 승객들이 테러범들의 위협에 굴복했더라면 비행기는 인근의 워싱턴으로 날아가 백악관이나 의사당을 공격했을 것”이라며 “미국의 자존심과 수천명의 목숨을 구한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11일 2주기 추도식에는 40번 종을 울리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른다. 이어 오전 10시6분(추락 시간)에는 묵념을 하고 40마리의 비둘기를 날릴 예정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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