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미국 최대 1회용 기저귀 제조업체 킴벌리 클라크는 통상적인 불경기 타개책으로 ‘하기스’ 제품 가격을 5% 올렸다. 그러나 이 분야 2위 업체인 P&G는 거꾸로 막대한 돈을 풀어 유통업체들을 지원하면서 자사 기저귀 ‘팸퍼스’ 판촉에 나섰다. 심지어 하기스를 사는 고객에게 5달러짜리 팸퍼스 할인 쿠폰을 얹어주는 저가공세를 펼쳤다. 15%나 값을 깎은 P&G의 공세는 5개월이나 계속됐고 결국 킴벌리는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P&G는 새 기저귀 ‘이지업’을 내놓으면서 6개월간 2500만달러(약 300억원)의 광고비를 썼다. 킴벌리가 ‘풀업’에 들인 광고비 800만달러의 3배에 달하는 것이다.
저가 공세에 힘입은 P&G는 4일 “시장점유율 확대로 성장이 예상된다”며 분기실적 전망치를 올렸다. 킴벌리가 아직 기저귀 시장에서 1위(점유율 43.7%)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P&G는 지난 분기보다 3%포인트 높은 38.3%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맹추격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GM이 출혈적인 할인과 할부금융 정책을 펴고 있다. 이로 인해 올 2·4분기(4∼6월)에 경쟁사인 포드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순익은 각각 27%, 90% 줄었다. “GM이 자동차 업계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비난이 나왔지만 릭 왜고너 GM 회장은 “지금은 징징거릴 때가 아니라 게임에 나설 때”라는 말로 일축했다. 할인점 업계에서는 1위 업체 월마트가 물류시스템이나 구매력 등에서의 비용 경쟁력을 무기로 저가 공세를 편 결과 경쟁사인 서즈데이와 세이프웨이의 2·4분기 이윤이 각각 37%, 48% 줄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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