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사스 의심환자…각국 방역비상

  • 입력 2003년 9월 9일 14시 00분


싱가포르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의심환자가 1명 발생하면서 전세계에 사스 재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 사스가 재발하면 겨울철과 겹치기 때문에 2004년 4월까지는 계속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싱가포르 의심환자가 진짜 사스환자로 판명되면 많은 국가들이 사스 재발을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9일 전했다.

이번 사스 의심환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7월 5일 사스 방역을 종료한 지 2개월여 만에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8월 7일까지 전세계 30개국에서 사스환자 8422명이 발생해 이중 916명이 사망, 치사율이 11%에 달했다.

▽재발 대책 없어=WHO는 사스의 예방약(백신)도, 효과적인 치료법도, 정확한 진단기법도 없는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진단법은 38도이상 고열과 기침 등 호흡기증상, 엑스(X)선상 폐렴의 임상증상이 겹치는 경우 사스라고 판정할 뿐이다.

실험실에서 사스 바이러스를 분리할 경우 가장 확실한 진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험실 분리는 일주일이 넘게 걸려 보건 당국의 조기 대응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로는 유사증상 환자를 조기 발견해 조기 격리하는게 최선의 조치이다.

더구나 사스 초기 증상은 감기와 거의 같아 병원에서 사스 증상자와 감기 환자가 뒤섞여 사스가 급속하게 퍼질 가능성도 높다. 최근 WHO는 대책에 하나로 각국에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대대적으로 접종하라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특히 사스에는 환자 격리와 이동 제한 등의 조치가 뒤따르기 때문에 항공업과 여행업 등에 상당한 손실을 끼친다. 올해초 사스가 한창 확산될 때 시사주간지 타임은 사스로 인한 전세계의 경제손실이 300억달러(약 3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각국은 초비상=싱가포르는 의심환자를 즉각 사스 전용병원에 격리시키는 한편 이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최근에 접촉한 사람들의 신상파악에 나섰다. 싱가포르는 필요할 경우 수시간 안에 공항 등에서 열감지기를 통한 체온측정을 실시할 방침이다.

홍콩도 첵랍콕 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싱가포르 여행자들에 대해서 검역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홍콩에서는 올해초 주거지역인 아모이가든의 주민 200여명이 한꺼번에 사스에 감염된 적이 있다.

사스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는 9월부터 사스신고제도를 재가동하는 등 일찌감치 사스 재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농민들의 경제난을 이유로 최근 사육된 사향고양이 등 동물 54종의 판매를 허용해 사스 대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일련의 연구 결과 사스 바이러스는 사향고양이 등 야생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지는 것이 확인됐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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