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국방부를 비롯한 관련 외교안보 부처에서는 미국의 요청에 따른 파병 여부와 시기, 규모 문제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제정세와 국내여론을 감안해 이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한미관계를 고려할 때 파병 요청을 거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가장 큰 고민은 대국민 설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회는 4월 2일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을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켰었다. 당시 국회에선 우리 군인들의 생명이 테러의 위협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정부도 이를 감안했지만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국익을 고려한 파병’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무엇보다 지난해 말 절정에 달한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가 확산되면서 반미감정이 극에 달한 것이 한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당시 나날이 고조되던 북핵 위기가 이 같은 결정에 큰 몫을 한 것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반전(反戰)의 명분보다는 이라크 파병을 통한 한미관계의 강화가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나마 4월의 파병안 통과는 파병이 비전투부대인 의료부대와 공병대로 국한됐다는 점에서 이번 전투병 파병 요청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라크 현지에서 활동을 벌이는 서희부대와 제마부대가 바그다드에서 멀리 떨어진 나시리야 지역에서 대국민 지원활동을 벌이는 것과 달리 전투병을 추가 파병할 경우엔 불안정한 지역에 배치돼 치안유지 활동을 담당하느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이라크의 정세는 정부의 결정과정 및 우리 사회 내부의 논란에 어려움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9일에는 바그다드 유엔본부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을 정도로 현지의 정세는 불안정하다.
따라서 추가로 파병될 병력의 안전문제는 앞으로 정부가 파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 이라크 파병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이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세력간의 갈등이 다시 한번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명제를 안고 미국과 조율하는 정부는 국내여론을 지켜보며 파병문제를 저울질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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