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펜슈탈은 이날 오후 10시50분 독일 뮌헨 인근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심장이 멈춰 숨졌다고 슈피겔 등 독일 언론이 그녀의 오랜 조수이자 동료인 호르스트 케트너의 말을 인용해 9일 보도했다.
리펜슈탈은 다채로운 삶을 살아온 집념의 여인으로 평가받았다. 미모가 눈부셨던 젊은 날에는 영화, 연극배우와 무용수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나치 치하에는 영화감독이자 사진작가로, 만년에는 탐험가이자 사진작가로 한 세기를 살았다.
정열과 아름다움에 대한 맹목적인 투신은 리펜슈탈을 히틀러의 문화전사로 나서게도 했고 삶을 송두리째 내던져 예술혼을 불사른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사랑하게 만든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영화감독이자 사진작가였던 시절인 1934년 나치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를 기록한 ‘의지의 승리’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찍은 ‘올림피아’ 등을 제작해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특히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孫基禎) 선수가 골인하는 모습은 세계 스포츠사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거론된다. 리펜슈탈은 손기정의 역주 장면을 그의 대표작이며 베를린 올림픽 공식 기록영화인 ‘민족의 제전’에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해 넣기도 했다.
나치정권 때 문화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바람에 2차대전이 끝난 뒤 투옥과 석방을 거치며 숨어 다녔다.
1960년대 들어 복권된 뒤 다시 예술무대에 섰다. 70대와 80대에 인도양 등에서 2000여회의 수중촬영을 했고 100세였던 지난해에도 작품을 발표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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