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11일 최근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축출하겠다고 결정했으며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보복공격을 경고했다.
▽이스라엘, ‘아라파트 축출’ 결정…국제사회는 반대=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긴급 안보내각회의를 열어 아라파트 수반을 원칙적으로 ‘축출(remove)’하기로 결정했다. ‘remove’는 추방·체포·살해의 여지를 남겨둔 애매한 표현이라고 AP통신은 해석했다. 내각은 “축출의 시기와 방식은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즉각적인 행동은 유보했다.
이스라엘은 앞으로 폭탄공격이 발생하면 ‘아라파트가 주동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9일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일으킨 것으로 보이는 2건의 연쇄 폭탄테러로 15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친 뒤 내려졌다.
이스라엘 강경세력은 아라파트 암살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며 그를 체포하기 위한 특별부대가 훈련 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번 결정은 샤론 총리와 샤울 모파즈 국방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12일 “아라파트에게 더 넓은 무대만 제공한다”며 고위 라인을 총동원해 이스라엘을 만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내심 아라파트를 축출하라며 샤론 정부를 압박해 왔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아라파트 축출 결정에 대해 아랍권과 유럽연합(EU)은 일제히 우려를 표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15일 아라파트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팔레스타인측 결의안 초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아라파트를 강제로 축출하는 것은 어리석고 위험하며 비생산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12일 “국제사회는 계속되는 자살 폭탄테러에 직면한 국가의 일을 판단할 권리가 없다”고 일축했다.
▽팔레스타인 대규모 시위, 무장단체 보복 다짐=팔레스타인 주민 수천명은 11, 12일 요르단강 서안의 자치정부 청사 앞에서 아라파트 지지 시위를 벌였다.
아라파트 수반이 이끄는 파타운동 무장조직 알 아크사 여단은 “아라파트를 축출하면 이스라엘 어느 곳이든 제한 없이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하마스도 “우리 지도자와 권리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분위기라고 BBC 방송은 전했다.
아라파트는 지지 군중 앞에 나타나 “누구도 나를 내쫓을 수 없으며 순교자인 우리들은 예루살렘까지 진군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피와 영혼으로 팔레스타인을 다시 살리겠다”고 환호에 답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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