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명에 육박하는 남미계 유럽 이민=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유러피안 드림을 좇는 남미 이민 사례를 보도하면서 최근 10년 동안 남미 이민이 유럽사회에 꾸준히 늘어 올해 말 3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미 전역에 퍼진 남미계 이민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
미국과 국경을 마주한 멕시코를 위시한 중남미 국민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용직 시장이 넓은 미국 땅을 필사적으로 찾아왔다. 미국은 농장일이나 3D업종을 남미계 불법이민자들에게 의존해 온 상태.
그러나 미국이 테러전쟁을 계기로 빗장을 단단히 건 반면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은 남미계 이민자에게 노동시장의 문을 대폭 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워싱턴의 미주(美洲)개발은행이 집계한 유럽에서 남미대륙으로의 송금액은 2000년 10억달러 수준에서 불과 2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남미 이민의 ‘베이스캠프’ 스페인=월스트리트 저널이 꼽은 남미 이민의 유럽 내 근거지는 스페인. 사용하는 언어가 같기도 하지만 스페인 당국도 24개월간 스페인에 거주한 남미계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주는 등 상대적으로 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에콰도르에서 스페인으로 넘어온 합법 이민자만 1999년 7000명에서 최근 20만명으로 불어났다. 불법 이민자를 포함하면 4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마드리드 국제공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남미 주요 도시에서 온 국제선 비행기가 매번 350명 정도의 승객을 내려놓지만 돌아갈 때는 150명 정도만 태우고 간다”고 실태를 전했다. 외국 인력에 배타적인 스위스에도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인력이 100만명으로 늘었다. 대부분 스페인이나 남미계 인력이다. 이 때문에 스위스에서 스페인어는 이탈리아어를 제치고 독일어 프랑스어에 이어 3번째 통용어로 부상했다.
▽유럽 각국, 불법이민 단속을 외치지만…=불법이민이 급증하자 EU는 최근 귀국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지 않은 남미 관광객들을 추려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노령화사회에 진입해 ‘싱싱한’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유럽 경제권 내에선 과도한 단속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스페인의 경우 저임금의 남미 인력이 밀려들면서 관광과 건설업 경기가 수년째 호황을 타고 있다. 스페인 내 이민전문가들은 “종교와 언어가 같아 사회통합 비용이 매우 적다”며 남미계 이민을 배척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엔 스위스 풀리시 근교에서 경찰이 불법체류자로 보이는 200명의 남미계 여성을 붙잡았으나 이들을 고용한 스위스 여성들이 시청으로 몰려가 집단 항의하는 바람에 풀어주기도 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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