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수렁 빠진 이라크戰결정타▼
승전의 ‘일등공신’으로 꼽혀온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사진)이 곤경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수렁에 빠진 이라크전쟁.
워싱턴포스트는 14일 럼즈펠드 장관이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을 승리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늘어나는 미군 사상자와 1주일에 10억달러에 이르는 비용 때문에 비판을 받으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을 주물러온 ‘네오콘(신보수주의)’의 선두주자로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지휘 전권을 요구하는 한편 국무부를 제치고 이라크 재건작업에 의욕적으로 개입해 왔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지금 그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 강경하고 직설적인 그의 언행이 제멋대로식의 오만함으로 비치면서 행정부 내에서 반감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이 이라크에서 유엔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추진하는 것도 럼즈펠드 장관이 정책결정 과정에서 밀리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는 것.
럼즈펠드 장관을 바라보는 의회의 시선 역시 곱지 않다. 미 행정부가 이라크 재건과 주둔을 위해 870억달러의 추가예산을 최근 의회에 요청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행정부 정책을 두둔해온 공화당 의원들조차도 이라크 문제가 장기화되자 럼즈펠드 장관에 대한 우려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 기지를 축소하고 첨단기술 위주의 21세기형 군으로 개편할 것을 주장하는 럼즈펠드 장관과 군부와의 관계도 불편한 상태이다. 특히 이라크 주둔 장기화로 인적 손실이 큰 육군은 그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강하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라이스…中東사태-北核문제 꼬이며 위상 추락▼
라이스 보좌관(사진)은 그동안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이 참석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원활하게 중재한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라크 문제, 중동 유혈사태, 북한 핵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5일 전했다.
국방부가 안보회의에 서열 3위인 더글러스 페이스 차관을 참석시키는가 하면, 파월 장관은 라이스 보좌관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라이스 보좌관이 중재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강경파는 백악관이 국무부 온건파에게 공화당의 입장을 설복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온건파는 국방부가 날뛰는 것을 백악관이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오히려 체니 부통령이 친한 관료들을 중심으로 주재하는 회의가 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백악관에는 국가안보회의가 2개나 있는 셈”이라고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지적했다.
라이스 보좌관이 변했거나 개인적인 한계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는 2000년에는 “이라크 문제를 다룰 때 군사력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올해 전후 이라크 처리마저 국방부가 담당하도록 손을 들어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또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라이스 보좌관이 무척 영리하지만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없는 것 같다”며 “이라크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처럼 미국에 순응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직 차기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부시 대통령이 내년 재선에 다가갈수록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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