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B급직원 다시 보자”…'A급'과 달리 묵묵히 회사 지켜

  • 입력 2003년 9월 15일 19시 07분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닷컴기업 ‘서포트소프트’에서 시스템 기술자로 일하는 마이클 조엘(29)은 스스로 자신을 ‘B급’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업무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퇴근시간이면 상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칼퇴근’하고 가족과 자신의 취미생활에 시간을 투자한다.

미국 기업들은 요즘 조엘씨와 같은 ‘B급’의 가치를 새삼 깨닫고 있다고 USA 투데이가 최근 보도했다. ‘A급’ 직원을 영입하거나 하위 10%에 속하는 ‘C급’을 솎아내는 것보다 B급을 잘 관리하는 것이 기업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

하버드대 경영대 토머스 드롱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6월호에 기고한 ‘B급에게 박수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회사 인력의 60∼80%를 차지하는 B급 직원이 결국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5년 전 닷컴 열풍 때 각광받았던 A급들은 호황이 지나자 우르르 회사를 떠났으나 B급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기업이 다시 부흥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도받고 있다.

1997년 설립된 ‘서포트소프트’도 한때 주당 39달러였던 주가가 2000년 2달러로 폭락하자 A급은 모두 떠났다. 최근 8달러까지 주가를 회복시켜 놓은 주역은 B급들이었다.

B급 직원의 특징은 △승진에 목숨 걸지는 않지만 도전하는 일을 원하고 △회사에서 신경 쓰지 않아도 별로 개의치 않고 △외교적이지 않지만 정직하고 △A급과 달리 권력과 지위, 돈을 삶의 목표로 삼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최근 미국 기업들이 오래전 사라진 근속에 대한 보상을 부활시키고 있는 것도 B급에 대한 가치를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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