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한국 등 '환율 조작국' 지정

  • 입력 2003년 9월 18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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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부 하원의원들이 17일(현지시간) 중국 한국 등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를 올리고 있는 아시아 4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게 '모든 수단'을 사용, 이를 시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마련했다.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결렬되면서 미 행정부 및 의회 내 강경한 통상외교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의회 의견(sense of Congress)'이라는 제목의 이 결의안이 "아시아 4개국의 환율조작이 2000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미 제조업 일자리 270만 개를 빼앗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의안은 특히 "중국의 위안(元)화가 (중국 당국의 시장개입으로) 시장가치보다 40%나 낮게 유지돼 미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시아 4개국은 최근 전미 82개 산업협회가 결성한 '건전한 달러를 위한 연합'에 의해 환율조작국으로 지목된 적은 있지만 미 의회가 나서 '환율조작국' 지정 움직임을 보인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다.

돈 만줄로 하원 중소기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아시아 각국의 환율조작으로 아시아 수출품이 미국시장에서 15∼50%의 가격경쟁력을 부당하게 얻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와 별도로 전미제조업협회(NAM)도 미 통상법 301조(불공정 무역국에 대한 교섭 제재조항)에 따라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제소할 계획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NAM의 제리 자시노스키 회장은 성명을 통해 "제조업 및 농업분야 단체들과 노조연합 등이 301조 제소를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고 밝혔다.

통화 문제를 둘러싼 최초의 301조 분쟁으로 기록될 이번 제소가 이뤄질 경우 미 무역대표부(USTR)은 의무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 불공정 행위가 발견되면 미 행정부는 정식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게 된다. 미국은 1995년 1월 WTO가 출범한 뒤에도 20건 이상 301조를 발동시켜 통상 외교의 압박수단으로 삼아왔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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