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할리데이비슨 탄생 100주년 밀워키 축제현장

  • 입력 2003년 9월 18일 17시 14분


지난달 할리데이비슨 축제가 열린 밀워키에서 만난 할리 라이더들. 이들에게 오토바이는 자유와 모험의 세계로 이끄는 중요한 수단이다

지난달 할리데이비슨 축제가 열린 밀워키에서 만난 할리 라이더들. 이들에게 오토바이는 자유와 모험의 세계로 이끄는 중요한 수단이다

《“시간을 알 수 없는 비행

나는 우주에 외롭게 던져져 있다…

나는 집에나 박혀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오 노, 노, 노, 나는 로켓맨

우주에서 외롭게 나를 태워버리는 로켓맨.”

1903년 미국 중북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출발한 세계적인 오토바이 회사 할리데이비슨의 탄생 100년을 기념하는 축제는 지난달 31일 미국 가수 엘턴 존이 ‘로켓맨’을 열창하면서 막바지를 향했다. 바다같이 넓은 미시간호수의 한 자락에 있는 밀워키 베테랑파크에는 전 세계 수만 명의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미국을 가로 혹은 세로로 질주하며 몰려들었다. 오토바이의 ‘성지(聖地)’ 밀워키는 8월의 마지막 며칠간 두둥두둥 온통 할리의 거친 엔진음에 뒤덮였고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친구가 됐다.

황량한 벌판을 달리며 자유를 부르짖던 영화 ‘이지 라이더’(1969년작)의 후예들은 21세기 초 아름다운 전원도시에 모여 그들만의 해방구를 연출해냈다. 거기서 그들의 삶과 사랑을 들어봤다.》

● 우리는 모두 야성을 지니고 태어났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콘코드에서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울트라 클래식(1450cc급 투어전용)을 타고 친구들과 함께 400마일을 달려온 채드 스미스는 마흔살의 중후한 엔지니어. 작은 건설회사에서 일하면서 1주일에 한두 번은 오토바이로 통근하기도 하지만 주로 주말 개인적인 삶을 위해 사용한다.

“할리는 출퇴근용이 아닙니다. 매우 정밀한 작업에 시달리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말이면 오토바이로 이곳저곳을 누비며 자유를 만끽하죠. 참다운 나를 찾는 수단이라고나 할까요.”

이번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1년 반 전부터 계획을 세워 휴가를 잡았다. 투어링 종류의 거대한 오토바이를 타고 먼 거리를 여행하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워낙 꿰뚫고 있다 보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

“달리는 기분? 그것은 한마디로 자유입니다. 내가 태어난 상태가 바로 자유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할리데이비슨의 명구들 중 하나 ‘당신들 모두는 야성적으로 태어났다, 적어도 며칠간은’을 들어보았나요.”

그는 자신의 기쁨을 이렇게 말한다.

“자연을 만지는 것입니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공기를 냄새 맡고 바람을 만지면서 신선함을 숨쉬는 것 말입니다. 뺨을 치고 지나가는 바람을 느껴보세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자연 속으로 자유를 찾아 들어가는 것입니다. 두둥 두둥 울리는 저속에서의 엔진음, 두두두두 달릴 때의 박진감, 심장의 고동과도 같은 진동…. 광활한 들판으로 나설 때 나는 진정한 인간이 되며, 다시 돌아갈 일상을 단호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할리데이비슨 축제 공식포스터

● 세상과의 만남은 모험

아름답고 힘있는 29세 처녀 그레타 마르셀. 밀워키에서 M&A업무를 하고 있는 그의 오토바이는 1999년형 스포스터 883cc급, 작은 키에 맞춰 안장을 낮췄다. 그는 몇 해 전 처음 할리데이비슨을 탔을 때,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두려웠죠. 너무나 힘 있는 기계여서 그 강한 진동이 몸으로 전해질 때 두려움을 느꼈죠. 스릴이라는 표현, 딱 맞아요.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할 즈음 내 기분은 한마디로 ‘어메이징 필링’이죠. 여자인 내가 그 엄청난 힘을 통제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그 힘과 하나가 되는 모험을 즐기는 기쁨. 그래요, 그것은 분명 모험입니다.”

그는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낯선 사람들과의 모험도 즐긴다. 그들과 유대감을 나누며 그들의 정신 속을 탐험하는 모험이다.

“일종의 커넥션을 형성하게 되죠.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순수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커넥션. 이런 것이 가능하리라고는 전에 생각해본 적이 없었죠.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

철저한 개인주의를 철학으로 삼고 있는 미국사회. 그곳에선 개인의 가치를 최우선시하면서도 타인이 지닌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모든 할리 라이더들의 오토바이는 다 다릅니다. 개성에 따라 오토바이를 선택하고 자기 취향에 맞게 고치면서 자신만의 오토바이를 가꿔가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들 사이에도 형제애가 있습니다. 전혀 다른 사람들이 전혀 다른 오토바이를 타고 이곳 밀워키에 자발적으로 모인 것만 봐도 매우 특별한 무엇이 느껴지지 않나요.”

거리의 사람들을 보니 모르는 사람들끼리 누구나 인사하고 서로의 관심사를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행운을 빌어주고 있었다. 일종의 빅패밀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라이프스타일을 팝니다"

밀워키 시내 주노애비뉴에 있는 유서 깊은 할리 데이비슨 본사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댄다.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일반 관광객들도 이 오래된 공장에서 미국의 역사를 느끼고 싶어한다.

그렇게 부산한 공장에서 제리 윌키 부사장을 만났다. 1903년 이래 계속되어온 할리의 역사적 장면들을 찍은 커다란 사진들이 걸린 복도를 따라 한참 들어가서야 그의 검소한 사무실이 나타났다. 할리 티셔츠를 입은 그는 라이더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우리는 100년의 역사 속에서 소비자들과 깊은 우애를 맺어왔습니다. 우리는 기계를 팔지만, 동시에 전통을 팔고 라이프스타일을 팝니다. 전 세계 75만명의 HOG(할리데이비슨 소유자 그룹) 멤버들은 이러한 유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의 딜러들을 관리하고 있는 그는 이번 행사기간에 딜러들과 함께 긴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 자신은 물론 아내와 아이들까지 모두 할리를 타는 마니아 가족.

조금 떨어진 캐피털 드라이브의 엔진공장 공장장인 돈 키퍼 부사장도 비슷한 생각을 지녔다. 그가 말하는 할리데이비슨의 특징은 만드는 사람과 오토바이, 그리고 소비자가 하나라는 점이다.

“왜 할리데이비슨이냐고요? 소리를 들어보세요. 그 장중한 엔진음과 멋진 겉모습을 느껴보세요. 유려한 곡선과 육중한 질감. 진짜 유니크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엔진은 계속 진화돼 왔지만, 그 기본은 1909년 V트윈 엔진이 개발된 이래 바뀌지 않았으며 클래식한 외양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밀워키에서 만난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의 이계웅 사장도 할리마니아다. 남미에서 살던 고등학교 시절, 오토바이로 안데스산맥을 넘기도 한 모험가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는 1999년에 설립돼 서울과 인천공항, 대구에 매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토바이 하면 폭주족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오토바이 문화, 자연과의 교감, 즐거운 인생, 영혼이 숨쉬는 파티 등을 통해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는 다음 달 안면도에서 한바탕 할리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라이더들이 흔쾌히 달려와 서로를 나누는, 감각이 살아있는 파티 말이다.

밀워키=최윤호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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