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약탈당한 고대 유물인 ‘메소포타미아의 모나리자’가 발견됐다고 무픽 알 자제리 이라크 신임 문화장관이 17일 밝혔다. 이라크전쟁 중이던 4월 약탈된 뒤 5개월 만에 박물관으로 돌아온 것.
메소포타미아의 모나리자는 기원전 3500년경, 지금으로부터 5500여년 전에 수메르 여인의 얼굴을 형상화한 높이 20cm의 대리석 조각으로 ‘와르카의 여인상’이라고도 한다.
고고학자들은 “메소포타미아의 모나리자는 가장 아름다운 공주의 얼굴을 조각한 것으로 반만년 전 것으로는 놀라운 솜씨”라며 발견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의 모나리자가 발견된 지점은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제리 문화장관은 이 유물이 약탈된 뒤 이라크 외부로 반출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더 타임스는 이 유물이 바그다드 북쪽으로 64km 떨어진 마을인 칼리스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더 타임스는 “칼리스의 한 주택 뒷마당에 파묻혀 있던 것을 주민들의 제보로 이라크 경찰이 찾아냈다”며 “이 유물은 가격을 산정할 수 없지만 2000만파운드(약 37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쟁 중 이라크 국립박물관에서 약탈로 분실된 1만5000여점 중 1만3000여점은 아직도 회수되지 않고 있다고 자베르 젤릴 이브라힘 이라크 고대유물관리국장은 밝혔다.
회수하지 못한 유물 중에는 메소포타미아의 모나리자와 비슷한 가치를 지닌 엔테메나 조상(기원전 2400년)이 포함돼 있으며 30여점의 유물도 막대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물 6점에 대해서는 인터폴이 사진과 함께 공개수배하기도 했다. 회수된 유물 중에서도 ‘와르크의 항아리’ 등 상당수는 약탈 뒤 훼손당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약탈범이 메소포타미아의 모나리자를 국외반출하려고 했지만 너무 유명한 유물이어서 구매자를 찾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값진 유물들도 공개거래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라크 안에 숨겨져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폐쇄됐던 이라크 국립박물관은 내부를 정비해 조만간 다시 문을 열 계획이라고 자제리 문화장관은 밝혔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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