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회의 후폭풍…日 엔화 급등]日경제 '엔高폭탄'

  • 입력 2003년 9월 22일 18시 05분


《경기회복 기미로 기지개를 펴는 듯 했던 일본 경제가 ‘유연한 외환정책 도입’을 촉구한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의 후폭풍을 맞아 휘청대고 있다. G7 회의의 영향으로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제동이 걸리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한때 달러당 111엔대 전반까지 치솟아 2000년 12월 이후 2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연일 오름세였던 닛케이평균주가도 전날보다 463.32엔(4.24%) 떨어진 10,475.10엔으로 마감해 엔고(円高) 충격을 입증했다. 일본 정부는 “엔화강세가 수출감소로 이어져 가까스로 살아나는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연일 오름세였던 닛케이평균주가도 전날보다 463.32엔(4.24%) 떨어진 10,475.10엔으로 마감해 엔고(円高) 충격을 입증했다.

일본 정부는 “엔화강세가 수출감소로 이어져 가까스로 살아나는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수출주도형 회복에 찬물=일본은 8월 무역흑자가 7872억엔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고 2개월 연속 전년 수준을 웃돌았다.

장기불황으로 국내소비가 부진한 상태에서 수출은 일본 경제를 지탱해온 버팀목이자 불황탈출의 견인차.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자동차 3사가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린 것도 대미 수출이 잘됐기 때문이다. 수출 호조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도 늘어 올 4∼6월 중 설비투자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했다.

일본 업계는 수출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엔-달러 환율의 ‘마지노선’이 △자동차는 116엔선 △가전제품은 114엔선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엄살’을 감안하더라도 달러당 113엔선보다 내려가면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에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대(對)중국 압력이 부메랑으로=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총재는 G7 회담이 끝난 뒤 “이번 결의는 일본 중국만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모든 나라가 대상”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 경제계는 이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은 올 들어 9월 중순까지 엔화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10조엔(약 100조원) 이상 개입했다. 지금까지 연간 최대기록인 1999년의 7조6411억엔을 크게 웃도는 규모.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일본 경제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주요국 중 디플레에 빠져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경기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시장개입을 계속할 뜻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G7회의에서 미국의 공개경고를 받은 상황에서 과도한 시장개입은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부를 것이 뻔해 엔고 저지 강도는 약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지금까지 달러당 115엔을 ‘방어선’으로 정했던 일본 정부는 어느 정도 엔화강세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개입 수준을 112∼113엔선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중국에 ‘시장기능 존중’을 요구하며 위안화 절상을 요구해왔지만 역으로 그 칼날이 자신을 겨누는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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