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각국에 ‘보다 유연한 외환정책’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발표 전부터 초안이 새나가 뉴욕시장(19일)을 흔들었고 주말을 지내고 개장한 일본 등 외환시장에서도 엔화와 유로화 가치를 한순간 급등세로 만들었다.
▽‘유연성’의 타깃은 중국과 일본=성명은 구체적으로 특정국가를 겨냥하진 않았다. ‘환율은 각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언급이 전부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누구나 중국과 일본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했고, 외신들은 ‘유연성’이란 단어를 성명에 끼워 넣은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의 승리라고 타전했다.
중국은 위안화를 달러화 가치에 고정(달러당 8.3위안)시켜 국제사회의 공격을 받아왔고, 일본은 올 들어 10조엔(약 100조원) 규모의 달러화를 사들여 엔화 가치를 방어해 미국과 유럽의 불만을 샀다. 유럽은 아시아국가의 통화 가치가 계속 저평가되면 유로화 가치만 올라가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왔다.
▽달러 약세는 ‘펀더멘털’ 반영=7월 말만 해도 달러당 120엔선을 유지했던 엔화 가치가 22일 한때 111엔대까지 상승한 것은 일본과 미국 경제의 현실도 반영했다.
일본 경제는 최근 물가상승 조짐이 나타나는 등 경기회복 기대가 커졌다. 도쿄 주식시장에는 22주 연속 외국인투자자들이 몰려 ‘바이 저팬’ 행진을 벌이고 있다.
반면 미 경제는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적자로 비상이다. 더욱이 이번 G7회의에서 이라크 재건비용 분담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미국의 추가 재정지출(300억∼500억달러)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달러화 약세를 부추겼다.
▽위안화 가치 논쟁은 남아=달러 약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성명이 ‘정책 변화’라는 미국측 해석을 다른 G7 재무관리들이 과장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중앙은행 역시 이번 성명 때문에 외환시장 개입을 중지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위안화의 평가절상 가능성도 중국 인민은행 리뤄구(李若谷) 부행장이 이번 회의에서 “‘때가 되면’ 위안화에 더 융통성을 부여할 것”이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함으로써 단기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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