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전문 변호사와 이민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거 40대 이상 저소득층이 마지못해 선택했던 이민행렬에 이제는 고소득 전문직 계층이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돈 벌기가 힘들어 해외로 나갔던 생계형 이민이 ‘한국인의 삶이 싫다’는 도피형 이민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인력공동화를 우려해야 할 지경이다.
하지만 이민을 결심한 사람들은 먼저 자신의 ‘눈높이’를 찬찬히 생각해 볼 일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선진국 국민의 삶에 자신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한국인과 가장 친숙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그곳에 잠시나마 머물며 생활해 본 사람은 각박하고 어지럽게 돌아가는 한국의 현실에 넌더리를 내게 된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경제 규모가 한국의 10배가 넘는 세계 1, 2위의 경제대국이다. 교육 행정 등 사회적 인프라, 문화적 다양성 등 삶의 질 측면에서도 선진국 중의 선진국이다. 이런 나라들과 단순 비교하면서 은연중 자신이 뿌리박은 한국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생각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전까지 30년 이상 연평균 7%대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난을 극복한 나라이다. 막대한 천연자원을 갖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아시아 남미 국가들과 비교하면 금세 우열이 갈린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식민지배와 군사독재를 경험했던 개도국 중 가장 민주화에 앞선 나라이기도 하다. 비록 압축성장의 후유증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지구촌에서 한국만큼 사회적 통합력이 강한 나라도 드물다. 세계가 감탄한 한국인의 월드컵 응원열기가 이런 사실을 증명한다.
이민행렬 중 상당수는 한국의 공교육이 싫다며 영어권 나라로 교육 이민을 떠난다. 1년간 미국에 체류했던 기자는 미국의 공교육이 자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학교와 교사를 뒷받침하는 부모들이 있기에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교육 이민을 떠나려는 사람은 그만한 각오와 열정으로 자녀와 교사들을 대해 왔는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민을 떠나는 사람마다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거도 없이 스스로를 비하하는 ‘혐한증(嫌韓症)’만은 훌훌 털어버렸으면 한다.
박래정 국제부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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