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의 월가 리포트]'인사 태풍' 전야 뉴욕증권거래소

  • 입력 2003년 9월 24일 18시 05분


‘1억4000만달러의 사나이’ 리처드 그라소는 결국 ‘빅 보드(Big Board)’라는 별명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 자리를 떠났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NYSE 지배구조의 개혁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라소 전 회장에 이어 그의 핵심측근이던 인사담당 수석부사장 프랭크 아센(57)도 NYSE를 곧 떠나기로 해 인사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새 회장을 찾기 전까지 임시 회장에 선임된 씨티그룹 공동회장 출신인 존 리드(64)는 ‘싹쓸이 인사’로 유명한 인물. 그는 프랑스 휴가 중에 임시 회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현재는 전화보고만 받을 뿐 휴가를 끝내고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수개월’만 임시 회장을 맡겠다는 그는 재임기간과 관계없이 단 1달러의 보수만 받기로 했다.

23일 캘리포니아 교원퇴직연금에서는 NYSE가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거래시장과 상장회사 규제기능을 분리하고 임원진을 물갈이하라고 조언했다. 투자은행이 영업과 조사 기능 사이에서 이해상충을 겪었듯 거래소도 비슷한 증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존 휘트니 명예교수도 이런 방안을 지지한다. 그는 “이제 NYSE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이라며 “영업과 감독기능을 분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6월에 나왔던 NYSE 자체 개선안은 고위임원들의 상장사 임원 겸직을 금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리드 임시 회장은 선임 직후 세계최대 담배회사인 알트리아그룹 이사 자리를 그만두었다.

월가발 허리케인이 예고되는 가운데 두바이발 ‘사막풍’은 22일 달러 약세를 낳았지만 일본이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엔화 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에 따라 외환 및 주식시장은 이틀 만에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4, 25일 일본 환율당국의 적극적인 방어가 없으면 엔화의 대 달러 환율은 ‘붕괴’할 것이란 진단도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 실상에 비춰보면 환율불안정이 심화되는 국면이다.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어간 미국은 달러화를 마구 찍어 세계에 넘기고 그 대신 각국의 좋은 상품은 다 가져다 즐기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는 미국의 화폐가치가 적당히 떨어져줘야 하는데 일부 국가의 환율개입으로 달러화가 고평가돼 있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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