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지마 히로시교수 "韓中日 동아시아史 공동연구"

  • 입력 2003년 9월 25일 18시 26분


강병기기자
강병기기자
미야지마 히로시(宮嶋博史·55) 성균관대 동아시아 학술원 교수의 공저 ‘조선과 중국 근세 오백년을 가다’(역사비평사)의 한국어판이 나왔다. 이 책은 일국사(一國史) 중심의 역사서술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동아시아사’의 관점에서 기술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어판 부제는 ‘일국사를 넘어선 동아시아 읽기’.

‘조선과…’는 조선과 중국의 명청(明淸)시대를 연대와 테마에 따라 하나로 정리해 기술했다. 사회경제사 전공의 미야지마 교수와 도쿄대 기시모토 미오(岸本美緖) 교수는 조선과 명청이 ‘소농(小農)사회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동질적이라고 보았다. 이 책의 원제는 ‘명청과 이조시대’. 일본 중앙공론사가 기획한 세계사 통사시리즈 ‘세계의 역사’ 중 한 권으로 일본에서는 1998년 4월 출간됐다.

미야지마 교수는 “이 책에서 선보인 일국사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부분적인 것이며 본격적인 연구는 현재 일본에서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책이 나온 98년부터 동아시아 공통교과서를 집필하기 위해 한중일 학자 20여명의 공동작업이 시작됐어요. 당시 유럽의 공통교과서 개발에 자극받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교과서 집필이 어려워 동아시아 통사를 쓰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었죠. 한국 출신의 이성시 교수(와세다대) 등이 고대에서 현대까지를 크게 4개의 시대로 구분해 시대순과 주제별로 쓰고 있어요.”

미야지마 교수가 대표 집필을 맡은 시대는 조선왕조 시기의 한중일 3국. 세 나라의 역사를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유교, 농업, 기술 등 의미 있는 제도나 사건이 특정시기 동아시아 3국에서 어떤 동질성과 차이점을 갖고 전개됐는지를 살피는 방식이다. 미야지마 교수는 ‘조선과…’에서 소개한 신분제를 예로 들었다. “조선시대의 양반은 신분이 아닙니다. 양반 신분이 대물림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해당읍 안에서만 유효했기 때문이죠. 이에 비해 일본의 사농공상(士農工商) 구별은 법제에 의한 강제성을 띤 것으로 일본은 계급사회였다고 볼 수 있어요. 중국은 계급사회가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양반제도는 중국과 일본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신분제였어요.”

그는 동아시아론의 필요성에 대해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항하고 3국이 당면한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한중일 3국은 현재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변화와 농업시장 개방 등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어요. 동아시아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잡기 위한 동아시아사가 필요한 것이죠.”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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