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는 뉴 빅토리 극장의 2003∼2004 시즌 오픈 공연으로 선보인 작품. 뉴 빅토리 극장은 뉴욕시와 뉴욕주가 운영하는 비영리 극장으로 공연작 선정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번 공연은 앞으로 4주간 이어지는데 이미 전 공연의 입장권이 매진된 상태.
▽객석의 뜨거운 반응=‘난타’ 공연에서 배우들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고난도의 묘기를 보여줄 때마다 관객들은 웃음과 탄성을 번갈아 터뜨렸다. 더욱이 대사가 필요 없는 공연이란 특성 덕분에 미국인 관객들은 쉽게 공연에 빨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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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연 도중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 올려 만두 만들기 시합을 하는 대목에서는 관객들이 서로 올라가겠다며 앞 다퉈 손을 드는 바람에 배우들이 당황할 정도로 객석 반응은 뜨거웠다. 이 같은 관객들의 열성적 반응과 참여 덕분에 공연 내내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한 미국인 관객은 “흔히 보던 공연과는 다른 독특한 작품이었다”며 “공연에 사용되는 리듬이 한국의 전통리듬(사물놀이)에서 따온 사실은 몰랐지만 공연 내용은 미국인들에게도 큰 감동을 전해준다”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뒤 ‘난타’ 제작사인 PMC의 송승환 대표는 “이 정도 관객 반응이면 자신감이 생긴다”며 “언론리뷰에서 호의적 반응이 나오면 바로 오프 브로드웨이급(500석 미만)의 상설 공연장을 대관해 장기공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진출의 의미=‘난타’는 브로드웨이에 초청받은 최초의 한국 공연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 97년 뮤지컬 ‘명성황후’(에이콤 인터내셔널)가 뉴욕의 링컨센터에서 공연한 적이 있으나 당시 공연은 기획사측이 투자해 극장을 임대한 대관공연이었다.
‘난타’팀은 4주간 뉴욕 공연에서 14만달러(약 1억7000만원)의 개런티(출연료)를 받는다. 이는 통상적인 해외공연 때 받는 출연료의 절반 수준. 송 대표는 “개런티보다는 공연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사실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로드웨이 공연 경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해외공연에서 주당 개런티 10만달러 이상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MC는 미국 공연 에이전시 ‘브로드웨이 아시아’를 통해 성공적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브로드웨이 아시아’는 주로 브로드웨이 공연을 아시아에 판매해 온 회사. 이번에는 역으로 아시아 공연을 브로드웨이에 소개했다. ‘브로드웨이 아시아’의 시몬 지넷 공동대표는 “아시아 공연 중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난타’는 미국 관객들도 호응할 만한 작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주선으로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해 ‘난타’를 관람한 뉴 빅토리 극장의 매리 로즈 예술감독이 큰 관심을 보여 공연이 성사됐다.
대형 주방에서 네 명의 요리사들이 각종 주방기구를 이용해 연주를 펼치는 ‘난타’는 97년 초연 이래 지금까지 3800여 차례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공연 매출액(126억원) 중 약 절반은 해외공연을 통해 벌어들였을 정도로 외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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