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 인사가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고의로 누설(리크=leak)했다는 의혹 사건에 대해 드디어 ‘게이트’라는 명칭이 붙었다.
▽부시 대통령 재선의 분수령될 수도=CNN방송은 1일 미 법무부가 이 사건을 공식 수사하겠다고 밝힌 뉴스를 전하면서 ‘리크 게이트’라는 자막을 내걸었다. ‘게이트’는 정치권력형 대형비리나 의혹 사건을 가리킬 때 쓰이는 말. 이번 의혹이 자칫 부시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입히는 정치적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야당인 민주당은 한걸음 더 나아가 특별검사 임명을 요구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검 수사는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들에게 치명타를 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일단 법무부 수사에 대한 신뢰를 표명하면서 백악관 직원들에게는 조사에 적극 협력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야당의 특검 임명 요구는 거부했다.
미 언론들은 이 사건에 대해 공식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뒤바뀐 역할=AP통신은 1일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과 같은 대본에 역할만 바뀌었다고 논평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에 대해 특검 수사를 관철했던 공화당 의원들이 현재는 민주당 의원들의 특검 요구를 방어하고 있기 때문.
특히 이번 사건은 부시 행정부의 도덕성과 관련된 최초의 전면적 의혹 제기라는 점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최근 부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하락은 주로 실업률 상승과 이라크 전후 처리 불안 등 정책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부시 대통령 본인이나 행정부 인사들의 도덕적 결함은 단편적으로 제기된 적은 있으나 대중적으로 문제된 적은 없었다. 그만큼 이번 사건의 폭발력이 크다는 의미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데이비드 켈리 박사 자살 사건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어 정치적 곤경에 처해 있는 상황과 비슷하게 사태가 전개될 수도 있다.
▽도덕성에 흠집 낼까=이번 사건으로 부시 대통령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인상이 심어지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미 대선 레이스는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엔론 등 에너지 기업 스캔들과 이라크 정보조작 의혹 등이 맞물려 현 정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것.
자칫 잘못하면 9·11테러와 이라크전쟁을 거치면서 대중이 잊었던 ‘플로리다주에서 부시가 2000년 선거를 훔쳤다’는 정권의 정당성 문제도 다시 제기될 수 있다고 MSNBC방송은 분석했다. 이 경우 ‘가장 도덕적인 정부’를 표방했던 부시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또 집권 내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참모들에게 정책 공방을 맡겨 스스로는 ‘보통사람’의 이미지를 유지했던 부시 대통령이 이번 의혹사건으로 ‘커튼 뒤에서 조종했다’는 대중의 배신감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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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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