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럼]박영철/‘東北亞 주도’를 위한 투자

  • 입력 2003년 10월 5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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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동북아중심 경제추진 전략은 대외적으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참여하는 동북아 평화·경제 협력체 창설을 주도하는 것이며 대내적으로는 동북아물류 금융센터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경제체제를 개혁하고 정비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만일 3국의 공동체가 형성된다면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협조를 얻어 북한의 개발과 개방을 유도할 수 있고, 중국과 일본을 통합하는 거대한 시장에 참여하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이나 일본은 공동체 참여로부터 얻을 가시적인 이득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3국간의 협력으로 동북아의 평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며 3국 공동체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한일 자유무역협상을 시작하는 한국의 양면적인 전략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눈앞 이익보다 中-日 유인책 필요▼

미온적인 태도에 있어서는 일본도 별 다를 바가 없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견제하면서 지역 내 입지를 확대하는 것이 일본의 대아시아 전략이라면 일본이 3국 공동체 설립에 그리 적극성을 보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3국 공동체가 형성된다면 한국에 중국과 일본간의 분쟁을 중재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성이 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 지역협력체의 운영에서 보더라도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 아직까지 별다른 조정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중국과 일본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면 한국이 중국과 일본의 협조를 얻기 위해 어떠한 유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한국에 3국을 결속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나 정치적인 영향력이 있는가.

한국에는 일본과는 달리 중국이나 북한의 개발을 위해 수백억달러를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중국은 재정적인 능력은 없지만 13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을 개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한국에는 경제적인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설득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나 리더십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한국은 무엇을 앞세우고 무엇을 기반으로 하여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할 것인가.

모든 대외 협력에 있어서 국익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외협력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득에 상응하는 희생을 치를 준비도 돼 있어야 한다. 불행히도 외국인의 눈에는 한국의 공동체 제의가 중국과 일본의 힘을 빌려 북한을 개방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며 물류 금융서비스 수출을 늘려 국민소득 2만달러 목표를 달성하려는 지극히 이기적인 동기에서 출발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

유럽의 경제적인 통합을 달성하기 위해 독일은 많은 양보를 마다하지 않았고 참여국의 안정을 위해 막대한 재정지원을 쏟아 부었다. 우리는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의 여건으로 보아 한국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 능력에 걸맞은 역할을 찾을 수는 있다. 그것은 바로 3국이 공유해야 하는 공공재의 생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 것이다. 3국간의 경제적 인적 교류가 빈번해지고 확대됨에 따라 이제는 개별국가의 힘만으로는 환경을 보호할 수 없고 범죄를 예방할 수 없으며 전염병 확산을 막을 수 없게 됐다.

▼적극적 재정지원 신뢰 쌓아야▼

이처럼 여러 형태의 공공서비스의 공동생산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이상 한국은 3국간 생산 공조체제의 구축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아시아 환경보호센터, 아시아 전염병 통제센터, 아시아 식품의약품안전청, 아시아 표준연구 제정센터 등의 국제기구 설립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정치적으로 화려하지도 않으며 인기도 없고 3국간의 협조도 용이하지 않은 반면, 상당한 재정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그마한 시작에서부터 중국 일본과 신뢰와 신의를 쌓아간다면 한국은 동북아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점차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철 고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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