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은 7일 “35시간 노동제가 경제, 사회, 재정 등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위원회 발족은 35시간 노동제의 개정 혹은 폐지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여왔던 여야가 합의한 첫 가시적 조치이다.
중도우파인 자크 시라크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집권 직후부터 35시간제를 바꾸려고 별러왔다. 35시간제는 사회당 정부가 2000년 도입했다. 당시 주당 39시간의 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줄임으로써 추가 고용을 창출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 정부와 여당은 △호황기에 도입된 35시간제가 경기침체 국면인 현 시점에 맞지 않고 △고용창출 효과는 작은 대신 경제에 부담을 주며 △재정적자를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연간 노동시간을 130∼190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완화조치를 도입하기도 했다.
35시간제 논란이 다시 불붙은 것은 지난주 알랭 랑베르 예산장관의 발언 때문. 그는 “35시간제를 위해 정부가 기업에 주는 보조금만 내지 않는다면 재정적자가 유럽연합(EU) 성장안정협약의 제한선인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5시간제를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사회당은 “현 정부가 경제가 나빠진 책임을 35시간제에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와 사용자측까지 논란에 가세하자 여야는 위원회부터 만들기로 합의한 것.
최근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54%는 35시간제에 부정적이었으며, 67%는 이 제도가 실업률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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