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합大 조성혜교수, 자비털어 한국어科 운영 ‘붐’ 조성

  • 입력 2003년 10월 8일 19시 26분


지난해 4월 안후이성 허페이시 연합대학에서 우수 교수 표창을 받은 조성혜씨 (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제공 조성혜 교수
지난해 4월 안후이성 허페이시 연합대학에서 우수 교수 표창을 받은 조성혜씨 (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제공 조성혜 교수
“가 갸 거 겨….” “김치 맛있네요.”

중국 안후이(安徽)성 내 대부분의 대학 캠퍼스에서는 중국 학생들의 서툰 한국어 발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수년 전만 해도 한국인을 보고 생소하게 느꼈던 이 지역이 이처럼 변한 것은 ‘한국어 전도사’인 한 유치원 원장의 노력 덕분. 9일 557돌 한글날을 맞으면서 새삼 그의 노력이 돋보인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合肥)시 연합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조성혜(趙誠惠·45) 교수는 대전에서 유치원을 경영하다 1996년 두 아들과 함께 이 대학으로 동반유학을 갔다.

중국어 공부를 하던 조 교수는 이 학교가 독일이 투자한 대학이라 ‘친독(親獨)’ 경향이 유난히 강한 데 대해 일종의 ‘오기’가 발동했다. 이에 학교측에 무턱대고 한국어학과 개설을 제안했고 학교측이 이를 허락했다.

그러나 대학에서 음악과 신학을, 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그는 한국어를 가르쳐본 경험이 전혀 없어 겁이 덜컥 났다. 부랴부랴 서울에서 강의하는 한글학회 단기과정과 서울대가 옌볜(延邊)에 개설한 한국어 교육 과정을 오가면서 ‘배우고 가르치는’ 생활을 시작했다.결코 쉽지 않았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한국어 열풍을 일으켜 보자’고 결심했고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1997년 연간 10명에게 15만원씩을 지급하는 ‘한국어 장학금’도 자비로 마련했다.

조 교수에게서 한국어를 배운 중국 학생 가운데 40여명이 상하이(上海) 총영사관과 중국 내 한국기업에 취업하자 한국어 교육이 탄력을 받았고 때마침 불어 닥친 ‘한류(韓流) 열풍’은 이에 불을 붙였다.

여기저기서 한국어학과 설치 요구가 쇄도했고 그 결과 현재 허페이시 연합대학과 안후이 중이(中醫)대, 황산(黃山) 외국어대 등 3개 대학에서 400여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어 교수도 5명으로 늘었다.

그는 한국어 수강 희망자가 일반인과 초중고교생들로까지 확대됨에 따라 내달 중순 ‘안후이 한중 국제교류센터’에도 한국어 교육과정을 개설하기로 했다.

조 교수는 한중간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대전의 한남대와 고향인 충남 서산의 한서대 등에 모두 90여명의 중국학생 유학을 알선한 것. 또 서산과 안후이 지역의 24개 교육 및 언론기관간 자매결연도 주선했다.

이 공로로 지난해에는 중국 정부로부터 ‘유이장(友誼章)’ 표창을 받기도 했다.

조 교수는 “한국어 교육을 통해 한국과 중국이 보다 친밀해지는 환경을 만드는 민간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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