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상징 ‘마리안’에 평범한 직장여성 선정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16분


프랑스를 상징하는 여성 ‘마리안(Mari-anne)’에 이례적으로 TV 토크쇼 사회자가 선정됐다.

프랑스 전국의 시장 400명으로 구성된 ‘마리안 위원회’는 17일 새로운 마리안으로 프랑스 3TV의 토크쇼 ‘나의 선택’ 진행자 에블린 토마(39·사진)를 선정했다.

마리안은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정신과 프랑스 공화국을 상징하는 가상의 여성상. 1830년 들라크루아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서 한 손에는 장총을, 다른 손에는 삼색기를 들고 혁명의 선봉에 선 여신이 마리안 이미지의 원조이다.

마리안 위원회는 4년마다 프랑스 여성 가운데 마리안을 표상할 만한 새로운 여성을 선정한다. 지금까지 마리안으로 뽑힌 여성은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카트린 드뇌브, 가수 미레유 마티유, 슈퍼모델 래티시아 카스타 등 미인 스타들. 이번 심사에서도 배우 소피 마르소와 가수 카를라 브뤼니 같은 스타들이 후보에 올랐으나 평범한 외모의 TV 사회자가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마리안 위원회는 “토마씨의 좋은 인상과 공화국 정신에 부합하는 자질, 역동성 등을 감안해 만장일치로 뽑았다”고 발표했다. 토마씨는 편안하고 유쾌한 방송 진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매주 금요일 방영되는 ‘나의 선택’은 평균 300만명이 시청한다.

토마씨는 “나를 마리안으로 선택함으로써 높은 데 있던 마리안 동상을 땅으로 끌어내렸다”고 기쁨을 표했다.

새 마리안이 선정되면 이 여성을 모델로 만든 흉상이 전국 시청에 세워지며 우표 공문서 등에 있는 마리안 얼굴도 이 여성으로 바뀐다. 그러나 평범한 토크쇼 사회자를 마리안으로 뽑음으로써 마리안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망가뜨렸다는 불만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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