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존슨=리버데일 컨트리 스쿨은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과정이 있는 전형적인 사립학교입니다. 기숙사는 없어요. 다른 사립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 대학준비교육을 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대학준비교육에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물론 대학에서 학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중등교육에서 필수적인 수학 영어 과학 역사 음악 미술 등 기초교양교육을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요. 저는 이곳 아이들이 보통 영재학교에서 말하는 영재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모두 영재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뿐 아니라 연기 체육 음악 등 각 분야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이 모여 교육을 받고 있지요.
▽이돈희=민족사관고 학생들은 민족주체성교육과 영재교육을 받습니다. 영재교육을 위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일부 선택과목에 대해서는 심화학습을 시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대학입시 때문에 제대로 된 영재교육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비교적 대학입시에서 자유로운 중학교과정을 민족사관고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재원을 조달하는 문제와 중학생 대상의 기숙사를 두는 문제가 남아있지만.
▽박성익=미국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골고루 교육받을 기회를 주고 있지만 우수한 인재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초트 로즈마리 홀 같은 명문사립고나 스타이버선트 고교 같은 명문공립고는 모두 리더십 교육을 강조하고 있더군요. 미래의 지도자로 기르기 위해서는 수학 과학 같은 특정과목 교육도 중요하지만 인성 정서 리더십 등 소양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는 생각인 듯합니다. 부산 과학영재학교도 미래사회를 이끌 지도자를 기른다는 의미에서 소양교육의 비율을 높여야 합니다. # 한국과 미국의 사립고
▽이=한국에서는 고교평준화제도에 따라 사립학교의 교육자율권과 교육수요자의 학교선택권이 없습니다. 민족사관고 역시 자립형 사립고라고 하지만 정부에서 교사월급을 보조받기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또 일반고교의 3배 이내로 제한돼 있는 등록금으로는 학교운영비의 50%도 감당할 수 없어 파스퇴르우유라는 기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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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일=한국에서는 그나마 자립형 사립고에서 자율적으로 인재교육을 할 수 있어요. 초트 로즈마리 홀을 방문했을 때 학부모가 아이들 손을 잡고 와 학교를 둘러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처럼 교육청에서 학교를 일방적으로 배정하면 학부모는 자녀가 다닐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도통 알 수가 없고 애교심을 갖기 힘들지요. 한국의 고교도 외국의 고교와 경쟁해야 합니다. 사립고를 고교 평준화로 모두 묶지 말고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평준화를 원하면 정부에서 계속 지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율을 보장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지요.
▽존슨=미국에서 사립학교는 기본적으로 연방정부나 주정부로부터 독립적이죠. 간섭이 없는 대신 정부로부터는 거의 재정적 지원을 받지 않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유럽사를 가르치고 있지만 교장으로서 비즈니스에 신경을 더 많이 씁니다. 철저히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비용은 학부모가 부담합니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학교운영비의 75%를 충당하고 나머지는 기부금을 모아 운영합니다.# 공교육이 바로서야
▽윤=고교평준화가 과도한 과외의 해결책으로 등장했지만 고교생 학력저하만 불러왔지 사교육 과열을 해소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정부는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제한하고 학부모들은 공교육을 믿지 못하니 특목고와 민족사관고에 학생들이 몰립니다. 학원들은 저마다 ‘본원 민족사관고 10명 합격‘이라는 광고문구를 통학차량에 붙이고 다녀요.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이 그 명단을 자세히 보니 대부분 자기네 학교 출신이라는 거예요. 그 교장은 이제 학생들이 어느 중학교 출신이 아니라 어느 학원 출신이라고 얘기하고 다닐 것이라며 한숨 쉬더군요.
▽이=저도 민족사관고의 존재가 사교육을 부추기는 모양새를 띠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학원에서 억지로 만들어 보낸 아이들을 학교가 받아들여 교육시키는 꼴이지요. 민족사관고 교사들도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중학교 정규과정을 성실히 밟으면서 뛰어난 능력, 즉 영재성을 발휘하는 학생을 뽑는 방향으로 학생선발방법을 바꾸기 위해 고심 중입니다. 과학이나 수학 올림피아드 역시 학원에서 준비시켜 선발된 아이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박=초트 로즈마리 홀에서는 학교에서 교육목표를 세워놓고 교사들은 그 범위 안에서 자신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그 학교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고요.
▽이=저는 미국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대학입학준비를 시켜주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하는 정규과정이 있고 학원에서 하는 입시과정이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학부모와 학생이 자꾸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지요. 미국에서는 대학입시에 필요한 SAT(대학입학수능시험) 준비과정이나 AP(대학에서 인정되는 학점을 미리 취득하는 심화과정) 프로그램이 학교의 정규수업과정에 들어있어 따로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어요. 또 전문가를 초빙해 학습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요. 이 같은 제도는 한국의 학교에서도 한번 검토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뉴욕=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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