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원로 2명, 용퇴요청에 엇갈린 반응

  • 입력 2003년 10월 23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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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을 이유로 정계 퇴출 위기에 직면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85),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84) 두 전직 일본 총리가 각각 상반된 길을 선택했다.

두 원로는 23일 오전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직접 담판에 나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방문을 받고 정계 은퇴에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절대 의원직에서 물러날 수 없다”고 버틴 반면 미야자와 전 총리는 은퇴 결심을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다음달 9일 총선거에서 ‘세대교체’를 내세우고 자민당의 개혁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두 원로의 자진 용퇴를 이끌어낼 참이었다.

그러나 나카소네 전 총리는 고이즈미 총리와 만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며 “폭탄을 던지는 것 같은 정치 테러”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 반응이 나온 직후 자민당은 나카소네 전 총리를 비례대표 후보로 공인하지 않을 방침을 밝혀 그의 지역구 직접 출마도 예상된다. 그가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1996년 10월 총선 때 지역구를 넘겨주고 대신 당에서 ‘종신 비례대표 1번’을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미야자와 전 총리는 아쉬운 표정이기는 했으나 “총리의 말에 따른 수밖에 없다”며 자민당의 기류에 응해 순순히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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