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연 지 4년밖에 안 되는 변두리 식당이 뉴욕의 ‘최고식당’으로 평가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음식 평가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뉴욕에서 좌석 수 30개에 가격까지 싼 동네식당이 최고 수준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
미국의 식당평가책자 ‘재거트 서베이’ 2004년판은 뉴욕 브루클린의 동네식당인 ‘더 그로서리(The Grocery·야채가게)’를 최고식당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다른 고급식당 6곳과 함께 음식평가에서 30점 만점에 28점을 줬다. 종합점수로는 7위.
이 소식에 가장 놀란 사람은 식당 주인. 동업자인 찰스 킬리(37)와 샤론 팩터(41·여)는 “우리는 그저 동네에서 좋은 식당인데…”라면서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이들은 나름대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실력파들. 뉴욕 맨해튼의 양식당 ‘사보이’의 요리사 출신이다. 두 사람은 신선한 재료만을 쓴다는 철칙을 고집한다. 음식은 ‘단순하지만 자신만만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동네 단골이 대상이기 때문에 친절함 또한 대단하다.
뉴욕 타임스의 음식담당 기자는 이 식당에 대해 “여러 메뉴를 복잡하게 주문해도 음식이 더디게 나오지 않았고 서비스가 일품이었다”고 평했다. 규모가 작아 손님들에게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작용한 셈.
재거트 발행인인 팀 재거트는 “음식이 단순하면서 맛깔나다”고 평가했다. 담백한 재료의 맛을 살린다는 것. 음식값은 음료와 팁까지 합쳐 한사람당 46달러(약 5만원) 수준. 함께 최고식당으로 선정된 르 버나딘(90달러), 다니엘(100달러), 볼리(82달러), 진 조지스(90달러), 피터 루거(90달러), 노부(76달러) 등 나머지 6곳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이 식당은 성공의 ‘보증수표’와 같은 재거트에서 최고식당으로 평가받아 돈방석에 올라앉을 전망이다. 재거트의 최고급 평가를 받으면 좌석수 100석을 기준으로 연간 300만달러(36억여원)를 더 번다는 추계가 나와 있다.24년 전 변호사 출신인 재거트 부부가 시작한 ‘재거트 서베이’는 당시 200명의 아마추어들이 75개 식당을 평가했지만 지금은 2만9000명의 ‘평가관’이 3만여개의 식당을 평가하고 있다. 최소 100명의 일반인들이 △음식 △장식 △서비스 등 세 분야로 점수를 매겨 인터넷에 올리면 평가대상으로 삼는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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