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가 서부권의 중심도시라는 명성에 어울릴 만한 ‘랜드마크(기념물)’를 갖게 됐다. 16년이라는 긴 산고 끝에 탄생한 새 연주장 ‘디즈니홀’. 23일 밤(현지시간) 디즈니홀의 완공을 기념하기 위해 상주 악단인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개관기념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로스앤젤레스 필은 음악감독 에사 페카 살로넨의 지휘로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과 행진곡 ‘성조기여 영원하라’ 등을 연주해 청중 2200여명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A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세부까지 생생하게 살아나는 완벽한 음향과 ‘포도송이’ 모양의 불규칙한 좌석배치, 물결 모양의 구불구불한 천장 등 기존의 관념을 깨는 아름다운 실내가 청중을 사로잡았다고 개막연주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연주를 마친 뒤 살로넨 감독은 “이제 로스앤젤레스의 음악팬들은 교향악단이 내는 진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진정 흥분되는 경험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디즈니홀은 내부 시설뿐 아니라 독특한 외관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배가 돛을 높이 펼쳐놓은 듯, 꽃이 활짝 핀 듯한 외관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이전 작품인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연상시킨다는 평도 받고 있다. 이 홀에 거액을 기부한 로스앤젤레스의 부호 엘리 브로드도 “파리에 에펠탑, 런던에 국회의사당이 있다면 이제 로스앤젤레스에는 디즈니홀이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디즈니홀 건립 프로젝트는 1987년 월트 디즈니의 부인인 릴리언 디즈니가 5000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건축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프랭크 게리가 설계를 맡았고, 도쿄 산토리홀을 설계한 일본 음향학자 야스히사 도요타가 내부 설계에 참여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당초 예상보다 건축비가 천문학적으로 치솟으면서 공사는 중단됐고 1997년 디즈니 가(家)와 다른 부호들이 다시 거액을 기부해 공사가 재개됐다. 결국 디즈니홀 건립에 들어간 총 비용은 모두 2억7400만달러(약 3200억원)에 이르렀다. 완공 직후 이 홀을 둘러보았던 음악칼럼니스트 유형종씨는 “자연채광을 잘 살린 로비에, 오케스트라 무대를 객석이 완전히 둘러싼 우아한 형태여서 세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전문 공연장으로 손색이 없었다”고 평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