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출신인 존슨 대통령은 매력적이었지만 거칠고 저속한 면이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후 권좌에 오른 그는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에게 ‘흑심’을 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살 만한 전화통화를 했다.
“당신은 이 대통령(자신을 지칭)을 갖고 있다오. 이 대통령은 당신을 믿고 의지하지. 당신이 가졌던 대통령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겠지만! 좋은 대통령 여러 명의 주위를 오간 여성은 많지 않아요. 그러니 명심해요. 당신은 생애 최고의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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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 여사는 이렇게 쏘아붙였다. “‘두 명의 대통령을 오가는 여자’, 내가 사람들 입방아에 이런 식으로 오르내릴 거예요!”
존슨 대통령은 전속 재단사에게 양복바지를 주문하면서 ‘호두알’ ‘자루 주둥이’처럼 신체 부위를 가리키는 저속한 용어들을 쓰다가 거친 트림까지 내쏟았다고 BBC는 전했다.
닉슨 대통령은 편집증, 열등감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남겼다. 존 미첼 당시 검찰총장과 차기 연방대법원 판사 후보에 대해 대화할 때 이렇게 말했다. “이봐, 존, 난 ‘넘버 원’ 법대를 다니지는 못했어. 그게 날 계속 끌어내리는 거야. 자넨 어땠어?” “저한테도 30년 동안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 주변엔 하버드 출신들이 많지? 그 친구들 머릿속은 무르고, 일은 열심히 안 해.”
반면 케네디 대통령은 녹음장치를 도입한 장본인답게 비밀 스위치를 숨겨놓고 공개되어도 무방한 대화만을 녹음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긴장된 순간에도 유유자적하고, 위기를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짓눌리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1962년 소련 함선이 쿠바로 미사일을 가져오던 일촉즉발의 시간. 그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
아버지뻘 되는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미국이 쿠바를 친다 해도 적들이 우리한테 미사일을 쏠 것 같진 않네…”라고 말하자 케네디 대통령은 쿡쿡거리면서 웃어댔다. “야, 좋아요. 바싹 밀어붙여도 되겠네!”
케네디 대통령은 훗날 회고록 집필을 위해 이 녹음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좌관이나 정치적 동료, 정적들과 대화를 나눈 후 그들을 설득하거나 강요할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분석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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