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곳]伊각료들의 못말리는 막말행진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9시 05분


“유럽연합(EU) 엘리트들은 유럽의 기독교 유산을 파괴하고 아동 섹스를 쉽게 하려는 더러운 돼지들이다.”

움베르토 보시 이탈리아 개혁장관은 지난주 EU의 공동 체포영장제 도입 움직임을 비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 각료가, 그것도 이탈리아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욕설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음에도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는 놀라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탈리아 고위공직자의 막말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7월 EU 의장에 취임하자마자 자신을 비난하는 독일 출신 유럽의회 의원에게 “나치의 앞잡이 같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이탈리아 판사와 검사는 인류학적으로도 정상이 아니며, 누구라도 그 일을 하면 정신착란 증세를 갖게 된다”, “무솔리니는 아무도 죽이지 않은 자비로운 지도자”, “예쁜 여비서가 많은 이탈리아에 투자하라” 등의 망언을 쏟아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언론 탓’에도 일가견이 있다. 판검사 비난 발언이 문제되자 “언론이 왜곡 보도했다”고 책임을 전가하는가 하면 자신의 부패 의혹을 보도한 영국 이코노미스트에는 소송을 걸었다.

올여름 독일 국민을 “맥주와 감자칩으로 배를 채운 금발머리 배불뚝이들”이라고 비하한 스테파노 스테파니 전 경제차관의 발언은 심각한 외교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독일인의 이탈리아 관광 보이콧 사태까지 부른 두 나라의 갈등은 스테파니 차관의 사임으로 일단락됐다.

이탈리아 고위공직자의 ‘막말 행진’은 라틴계의 다혈질과 우파-극우파 연정인 현 내각의 성격 탓이라는 분석이다. 이유야 어쨌든 총리 이하 각료들의 잦은 말실수는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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