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암이 빚은 물천지…色잔치…
석회암 동굴속 비경을 계곡에 옮겨다 놓은 듯한 황룽. 중국의 손꼽을 만한 비경인 주자이거우(九寨溝)계곡이 있는 고산지대에 있다. 길이는 3.7km. 고도차 450m의 계곡에서는 기기묘묘 형형색색 기상천외 불가사의의 ‘선경’이 쉼 없이 펼쳐진다.
걷기 시작한 지 5분쯤. 고급 리조트에서나 볼 수 있는 기하학적 곡선의 턱을 가진 야외 풀 모양의 연못이 보인다. 종유동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테라스 풀’(Terraced Pool)이다. 이것을 노천에서 보다니. 기상천외의 깜짝쇼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900m쯤 걸었을까. 폭포 페이푸류휘(飛瀑流輝)다. 규모(높이 14m 폭 68m)는 작아도 모습은 북미의 나이아가라다. 검은 바위에서 낙하하는 하얀 물줄기 수십 개. 비단을 늘어뜨린 모습이다. 380m쯤 오르니 시선둥(洗身洞)이 기다리고 있다. 황금빛 바위벽(높이 10m 폭 40m)을 타고 물이 흘러내린다. 바위 속에는 종유동이 있다.
시선둥 상단의 계곡. 눈이 휘둥그레진다. 황금빛 석회암이 바닥 너른 계곡을 온통 뒤덮고 있다. 그 위로 맑은 물이 소리도 없이 흘러내린다. 역시 석회암 동굴에서나 만나는 지형이다. 이름하여 ‘진사푸디’(金沙鋪地). 황룽이라는 이름은 예서 비롯됐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근처 설산의 황룡이 내려와 누운 듯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경치에 취해 훠이훠이 오르기를 1시간. 2000평쯤 되는 계곡 사면이 온통 테라스 풀로 뒤덮인 곳을 만난다. 쒀멍잉차이츠(娑夢映彩池·초입으로부터 2136m 지점)다. 다랑논(비탈진 산골짜기에 층층으로 들어선 좁고 작은 논배미의 논)을 연상케 하는 400여개의 작은 연못들. 모양처럼 물빛도 제각각이다. 옥빛, 하늘빛, 연두, 초록, 진초록…. 풀 가장자리에서는 듬성듬성 나무도 자란다. 진달래속(屬)의 이 나무에서는 늦봄과 초여름에 분홍 빨강 보라 흰색의 꽃이 핀다고 한다. 상상해보라. 이 비색의 연못 계곡이 오색의 꽃으로 장식된 풍경을.
●해발 3000m 계곡에 658개 연못 장관
여기서 311m 지점. 쒀멍잉차이츠의 3배쯤(6300여평) 되는 계곡이 658개나 되는 테라스 풀로 뒤덮인 선경이 펼쳐진다. 정옌츠(爭艶池)다. 풀의 규모 심도 모두 쒀멍잉차이츠를 능가한다. 풀 가장자리인 다랑이의 유려한 선도 아름답지만 더 감탄스러운 것은 태양 아래서 저마다 다투듯 발하는 환상의 물빛이다. 그래서 이름이 ‘쟁염’(아름다움을 다툰다는 뜻)인가 보다.
이제 오르막도 막바지. 이쯤에서 지친 이들은 빈 가마를 세운다. 고산에서 태어난 용맹한 장(藏)족 청년들이 메는 가마다. 이들은 손님 태운 가마를 앞뒤에서 어깨에 메고 오르막을 뛰어오른다.
정옌츠로부터 1km 지점. 계곡 막장의 황룽구쓰 말사(末寺)인 중쓰(中寺)다. 중쓰 지나 15분만 더 오르면 황룽구쓰. 운무 피어오르는 웅장한 산악의 깊은 계곡 입구를 틀어막고 앉은 형국이다. 마치 황룡의 비상을 막으려는 듯한 자세로.
절 뒤 분지형으로 막힌 계곡. 황룽의 마지막, 아니 최고의 비경은 이 안에 있다. 평지에 가까운 너른 땅에 발달한 테라스풀의 집단 우차이츠(五彩池)다. 양편 산악의 화려한 운무, 판타지 소설에서나 묘사될 것 같은 비경의 산악 한가운데 자리잡은 사찰, 그리고 연한 하늘빛의 연못이 한데 어우러져 펼치는 대자연의 환상적인 풍광. 모두들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이런 아름다운 지구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면서.
쓰촨성(중국)=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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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황룽 △위치=쓰촨성 북단 해발 4000m급 험준한 산악의 비경 주자이거우(九寨溝)와는 버스로 3시간 반 거리. 주자이황룽(九寨黃龍)공항에서 한 시간 반소요. △찾아가기=충칭(重慶), 청두(成都)↔주자이황룽 항공편으로 1시간 소요. 충칭, 청두↔인천은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주 2회 운항. 3시간 30분소요. △황룽의 지형=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계곡에 석회암의 용해과정에서 생성된 다공질의 탄산석회 등 침전물이 오랜 기간 퇴적해 생긴 특이한 카르스트. △황룽 둘러보기=순환형 일주로(7km)가 설치돼 있다. 오를 때 나무보도, 내려올 때는 흙 계단길로 걷기에 편하다. 오르는 데 2시간 반, 내려오는 데는 1시간 소요. △고산증 극복요령=천천히 걷거나 휴대용 산소를 구입해 수시로 들이킨다. △휴대 필수 품목=필름, 물, 군것질 거리. 오르는 길 곳곳에 설치한 쉼터에서 군것질 거리가 필요하다. 비경이 워낙 많아 필름은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모자란다.
●패키지 상품
동아트래블(www.dongatravel.co.kr)에서는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충칭에 도착, 황룽과 주자이거우, 다쭈스커(大足石刻)을 두루 여행하는 패키지(4일형 5일형)를 판매 중. 가격은 79만9000∼99만9000원. 777-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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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四川)성 북단 산악의 주자이거우(九寨溝)와 황룽(黃龍). 중국을 대표할 만한 이 두 계곡의 비경은 서로 자동차로 세 시간 반이면 닿을 정도 거리의 4000m급 고봉의 산악에 숨듯 자리 잡고 있다. 지난 9월 주자이황룽(九寨黃龍)공항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쓰촨성 수도인 청두(成都)나 충칭(重慶)직할시에서 자동차로 14시간을 달려와야 하는 오지. 중원의 한족에게는 귀양살이를 떠나는 곳이었다.
허나 이곳 원주민 장(藏)족에게는 벌써 1300여 년간이나 선조 얼과 민족의 전통이 대대로 이어져오는 삶의 터전. 그들은 인구의 96%를 차지하는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이 함께 어울려 사는 중국에서 티베트족으로 분류된다. 그러면 시장(西藏)자치구로 중국에 편입된 티베트의 민족이 어쩌다가 이 쓰촨성의 오지에 정착하게 된것일까. 그 사연을 살펴보자.
수나라의 양제가 반대파에게 살해(618년)된 후 어린 왕이 오르자 이미 거병해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던 리위안(李淵)은 어린 왕을 위협, 왕위를 양여 받는다. 그렇게 해서 세운 것이 당나라. 리위안으로 부터 차남 리스민(李世民·태종)에게 왕위가 이어진 당나라에 티베트의 장족이 쳐들어온다. 그러나 역부족으로 장족은 패하고 패잔병 일부는 이 오지까지 쫓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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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의 장족은 티베트의 장족과 다른 점이 많다. 그러나 밀교(불교의 분파)를 믿거나 조장(鳥葬)하는 풍습 등은 같다고 한다. 쓰촨성의 장족마을은 수많은 깃발을 꽂아 두어 금방 식별된다. 불교의 경전 문구가 깨알같이 적힌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를 경전의 독음으로 생각하는 이들. 평생을 경전 독음 들으며 사는 이유는 전생의 죄를 업으로 안고 태어났으므로 살아 숨쉬는 동안 쉼 없이 경전을 외워 그 소리로 내 몸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밀교의 가르침 때문이다.
쓰촨성 투어 도중 장족을 만날 기회는 여러 차례 있다. 주자이거우내 세 마을 가운데 민속촌을 둔 수정(樹正)마을, 황룽과 주자이거우를 오가다 들르는 호텔의 식당, 그리고 주자이거우 숙박촌의 장족 민속공연장이다. 이 민속공연은 꼭 한 번 보기를 권한다.
초원을 누비며 용맹을 떨치던 티베트인의 호연지기가 고음의 노래와 활달한 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의 5색으로 치장한 화려한 전통 의상에서 진하게 느껴진다. 관람객에게 전통술과 차, 육포를 함께 내고 건배도 청한다.
쓰촨성(중국)=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대학촌-모노레일-5성급 호텔…충칭은 변신중▼
대륙 전체가 ‘공사 중’이라고 할 만큼 건설 열풍이 뜨거운 중국. 쓰촨(四川)성의 한 도시에서 4대 직할시로 승격(1997년)한 충칭(重慶)도 예외는 아니다.
자링(嘉陵)강과 장강(長江·양쯔강)이 만나는 이 곳. 싼샤(三峽)크루즈 출항지로, 대륙 서편의 교통 및 관광 중심지가 되다보니 관광객도 계속 증가세. 덕분에 도시도 확장 일로에 있다. 시 외곽에는 대학촌과 아파트촌 공사가, 시내는 모노레일 공사가 한창이다.
이런 충칭에 세계적인 체인의 ‘힐튼 충칭’호텔(www.hilton.com·5성급)이 지난해 문을 열었다. 도심에서 4km로 가까운데다 식당 수영장 회의장 객실 등의 시설도 최고급. 뷔페식당의 즉석 고기 요리(저녁 식사)는 자칫 중국음식 일색의 쓰촨성 관광 길에 입맛을 잃기 쉬운 한국인 여행자에게 인기다.
식음료담당 이사가 한국인, 총지배인 역시 경주힐튼을 운영해 한국을 잘아는 영국인이란 점도 한국인 여행객이 이 호텔을 선호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 아시아나항공 충칭지점 역시 이 호텔에 있다.
충칭(중국)=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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