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이라크 정책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킨다”며 주요 언론사들을 따돌려온 백악관의 최근 기조와는 사뭇 다른 지시였다.
뉴욕 타임스는 이에 대해 “백악관이 얼마나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 준다”고 논평했다.
연일 이어지는 이라크 내 폭탄테러 등으로 비난 여론이 고조되면서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다. 백악관도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미 국민 1006명을 상대로 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처리 방식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50%에 달했다. 종전선언(5월1일) 직전인 4월 말 조사 때(18%)보다 크게 높아진 것. 전쟁에 대한 지지도도 4월 말 71%에서 54%로 낮아졌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표밭인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 소속 아널드 슈워제네거 후보가 주지사에 당선되고, 발목을 잡았던 경기침체가 호전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이라크 수렁에 빠진 공화당의 표정은 밝지 않다.
뉴스위크는 ‘아버지의 실수’라는 제목의 28일자 인터넷 칼럼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분석했다.
걸프전(1991년) 직후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았으나 경제 문제에 둔감해 이듬해 대선에서 실패했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처럼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 문제에 대한 ‘현실감각이 현저히 떨어진 언행’을 일삼고 있다는 것.
부시 대통령은 28일 기자회견에서도 동시다발 폭탄테러로 30여명이 사망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안일한’ 발언으로 일관했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사담 후세인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사라졌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는 안전해졌다”는 발언에 누가 동의하겠느냐는 것. 뉴스위크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에 대한 현실감각은 절망적인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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