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춤 파문 中·日관계 갈수록 꼬여

  • 입력 2003년 11월 2일 16시 33분


연이은 '어글리 저패니스(추악한 일본인)' 악재로 중-일 관계가 계속 꼬이고 있다.

중국 산시(陜西)성 시안(西安)시의 학생과 시민 등 수천명은 "일본인 유학생들이 음란한 춤을 춰 중국인을 모욕했다"며 당사자들의 사죄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옛 일본군 독가스 피해사고(8월초)와 일본인 관광객 집단매춘(9월말)에 이어 '유학생 음란춤' 사건까지 터지자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이 극도로 악화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일본에서도 불법 체류 중인 중국인들이 범죄에 관여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중국 혐오증'이 확산되고 있다.

▽유학생 음란춤 파문 확산=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시안의 시베이(西北)대 교내에서 열린 외국어 학부생 파티. 촌극을 준비한 일본인 유학생 3명과 교수 1명은 브래지어를 입고 가짜 생식기를 허리에 두른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해 음란한 동작으로 춤을 췄다. 객석에서 '무슨 바보같은 짓이냐'는 야유가 쏟아지자 현장에 있던 중국인 교수가 공연을 중단시켰다.

일본 학생들은 주중 일본대사관과의 면담에서 "두 나라가 사이좋게 지내자는 뜻에서 '중국♡일본'이라는 문구를 등 뒤에 써넣고 마지막 순간에 보여주려 했다"며 "야한 장면으로 관객의 시선을 끈 뒤 양국 우호를 강조하려고 했는데 본뜻이 전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 학생 1000여명이 다음날 일본인 학생 기숙사 앞에 몰려가 규탄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이들을 시내 일본계 호텔로 옮기고 경계를 강화했다. 대학측은 문제의 유학생 3명과 교수 1명에 퇴교조치를 내렸다.

현지 소식통은 "중국인은 성적인 내용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문화적 차이를 감안해도 일본 학생들의 행동이 지나쳤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중국인 범죄 부각= '한일합방은 한국인이 원한 것'이라고 망언했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는 1일 "유인우주선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데도 중국인들이 기뻐하는 것은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중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일부 일본 언론은 후쿠오카(福岡)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해사건의 범인이 중국인이라는 점을 은근히 부각시키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중국 주하이(珠海)시에서 집단 매춘한 사건이 불거진 직후에는 50대 일본인 남성이 중국 센양(瀋陽)을 여행하다 현지 범죄조직에 납치된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양국 정부는 국민감정 악화가 후진타오(胡錦濤) 정권 출범 후 복원단계에 접어든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사태 수습에 나서면서도 책임소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외무부가 주중 일본대사관에 "유학생들이 중국의 법률과 풍습을 지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을 잘 시키라"고 일침을 가하자 일본측은 "학생들이 다치고 숙소가 엉망이 된 것은 이유가 어디에 있든 매우 유감"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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