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의 良識은 어디로 갔나

  • 입력 2003년 11월 2일 18시 03분


이시하라 신타로 일본 도쿄도 지사의 거듭된 역사왜곡 망언은 일본의 현주소를 생각하게 한다.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우경화를 주도하는 정치지도자가 역사를 왜곡하고 이웃 나라를 자극하는 ‘선동정치’에 앞장설 정도로 수준 낮은 나라가 일본이란 말인가. 인기를 위해서는 외국을 희생양으로 삼는 술책도 서슴지 않는 것이 일본의 정치란 말인가.

망언을 일삼는 이시하라 같은 인물이 일본 최고의 인기 정치인으로 꼽힌다면 왜곡된 역사관이 특정인의 잘못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일본의 주요 신문인 마이니치는 2년 전 역사 교과서 왜곡을 주도해 한일 중일 사이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사람의 기고를 실어 이시하라의 망언을 방조했다. 왜곡된 언행이 용인될 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지지로 연결돼 정치로 확대재생산되는 일본의 풍토가 걱정스럽다.

이시하라는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과 주일대사의 발언철회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망언을 거듭했다. “중국인들은 무지하기 때문에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에 황홀해하고 있다”는 어이없는 발언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이웃 나라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그의 좌충우돌이 오히려 안쓰러울 정도다.

일본은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자며 북한에 납치문제 해결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자신의 잘못은 미화하고 책임을 전가하면서, 남을 향해서는 손가락질을 하며 잘못을 추궁하는 것이 ‘일본식 역사 바로잡기’인가.

지금부터라도 역사와 우방에 대한 양식(良識)을 가진 일본 국민이 나서 망언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를 기대한다. 일본 정부도 더 이상 개인의 발언이라며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역사의 주인공은 국가와 국민이다. 일본의 역사왜곡 망언은 일본의 지도층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유력인사들의 망언은 일본이 아직 진정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뿐이다. 일본 국민은 이 점을 하루빨리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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