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의 날’… 테러 위협에 중무장 미군 엄중 경계

  • 입력 2003년 11월 2일 18시 53분


사담 후세인의 잔존 세력들이 ‘저항의 날’로 정한 1일 대대적인 시위와 유혈사태에 대한 우려로 바그다드는 도심 전체가 준(準)마비상태에 빠졌다.

중무장한 미군 병력이 삼엄한 경계태세로 순찰을 도는 가운데 상가는 철시하고 근로자들은 출근을 포기했으며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워낙 경비가 철통같아 1일 바그다드에서 대규모 유혈사태는 없었다. 그러나 ‘항공기’를 대상으로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던 우려는 2일 현실로 나타났다.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향하던 미군 치누크 헬기가 격추돼 최소 33명이 숨지거나 다친 것.

▽발포로 시위대 14명 숨져=지난달 31일 바그다드 교외 아부가리브 지역에서는 후세인의 초상화를 든 수백명의 시위대가 거리를 메웠다.

이들은 미군이 이라크 주민을 무차별 투옥하고 있다고 항의하다가 ‘신은 위대하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차츰 과격한 양상을 보였다. 이어 인근 경찰서에서 폭발이 일어나자 미군은 탱크와 항공기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충돌은 7시간이나 계속됐으며 이라크인 경찰관 1명을 포함해 이라크인 14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미군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외국인이 많이 머무는 바그다드 중심부의 알함라 호텔에서는 ‘테러가 임박했다’는 소문을 듣고 외국 기자와 공공단체 요원들이 짐을 싸 철수했다.

앞서 미군은 잇따른 유혈사태의 배후로 꼽히는 후세인을 생포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동이 틀 무렵까지 그의 고향인 티크리트 지역의 알로자 마을 주위를 철조망으로 완전 봉쇄했다. 미군은 이곳의 모든 성인 주민의 신원을 등록하고 통행자에 대한 검문을 벌였다.

▽‘저항의 날’ 이후=2일 오전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향해 이륙하던 미군 치누크 헬기가 격추돼 최소한 미군 13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 함께 비행하던 치누크 헬기에 대해서도 미사일이 발사됐으나 빗나갔다.

지난달 25일에는 북부 티크리트에서 미 육군 소속 블랙호크 헬기 1대가 지상에서 발사된 로켓추진식 수류탄에 의해 추락해 조종사 1명이 부상했고 6월 12일에는 AH-64 아파치 공격용 헬기 1대가 서부 사막지대에서 격추됐으나 조종사 2명은 무사히 구조됐다.

이라크에는 후세인 정권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수백기의 견착식 대공미사일이 회수되지 않아 미군의 저공작전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1일 오전에도 바그다드 시내에서는 총파업을 촉구하는 바트 당원 명의의 전단이 나돌았다. 테러 위협 때문에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학교는 사실상 휴교 상태에 들어갔으며 근로자들은 집에 머물렀다. 이날 바그다드 등지에 남아있던 유엔 직원 18명도 키프로스행 항공편으로 철수했다.

미군과 이라크 경찰은 학교 사원 발전소 정부기관 상가 등에 대한 경계도 대폭 강화했다. 모술에서는 미군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으며 카디야에서도 1명이 숨지는 등 그야말로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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