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의 합동 여론조사(10월 26∼28일) 결과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맞붙었던 2000년 대선 때와 같은 분열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P-ABC 여론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6%. 2001년 9·11테러 직후의 지지율(91%)에 비하면 3분의 2밖에 안 된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도 부시 대통령은 5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의 지지율을 기준으로 하면 역대 미 대통령 가운데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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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민주 양극화 현상=문제는 지지율의 내용.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당별 양극화 양상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공화당 지지자의 경우 87%가 부시 대통령에 대해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는 24%에 불과했다.
대통령 임기 초반 그의 정치적 기반이 됐던 이라크전쟁에 대한 미 국민들의 태도도 역시 양분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응답자의 54%만이 “이라크전쟁이 가치가 있다”고 답해 이라크전쟁 자체에 대한 환멸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WP의 9월 조사 때만 해도 61%였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 중 이라크전쟁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한 사람은 30%에 불과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무려 81%가 이라크전쟁이 가치 있다고 응답해 크게 대조를 보였다.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답변도 7월 여론조사 때의 26%에서 38%로 늘었다.
▽대선 향방은 시계 제로=미국의 3·4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19년 만에 최고치인 7.2%(연율 기준 잠정치)로 추정된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답변한 비율이 53%였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국이 더 잘살게 됐다”고 답변한 미국인은 9%에 불과했고 49%는 “더 못살게 됐다”고 답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31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3·4분기 경제성장률은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소비지출과 부동산시장의 활황에 지나치게 의존해 지속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금 감면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라며 “감세정책이 최선의 경기부양책이냐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도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다. WP는 “부시 행정부 내에서 민주당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열렬한 민주당원들조차도 “민주당에 강력한 지도자가 없으며, 외교와 경제정책에서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선거가 실시되면 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물음에는 부시 대통령이 48%, 아직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는 ‘민주당 후보’가 47%를 기록하는 등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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