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밀입국과의 전쟁”…年50만명 유입 각종 사회문제 불러

  • 입력 2003년 11월 3일 18시 48분


서유럽 국가들이 밀입국자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태트에 따르면 지난해 EU 지역 인구 증가의 75%를 이민이 차지했다. 유로스태트는 총 이민자 100만명 가운데 상당수가 밀입국자라고 지적했다.

▽목숨 건 밀입국=아프리카를 출발한 밀입국선이 지난달 25일 스페인 카디스만 해상에서 전복돼 34명이 숨졌다. 이로써 올해 스페인으로 밀입국하려다 숨진 사람은 모두 117명. 아프리카인들은 좁은 지브롤터 해협을 통해 스페인으로 밀입국하려 한다.

이탈리아도 해안선이 넓어 밀입국자가 많다. 10월 29일에는 하루 동안 약 450명이 붙잡혔다. 지난달 시칠리아에서 붙잡힌 밀입국선에는 100명이 초과 승선해 13명이 숨졌고, 탈진한 생존자들이 시체와 함께 쓰러져 있기도 했다. 6월에는 밀입국선이 침몰해 약 70명이 숨졌다. 좀 더 부유한 프랑스 독일 등으로 가기 위한 관문으로 이탈리아를 택한 사람들이다.

현재 이탈리아 인구의 4.2%는 외국인이라고 이탈리아 자선단체인 카리타스가 최근 보고했다. 아프리카인들은 대테러 전쟁이 시작되면서 정식 이민이 쉽지 않자 밀입국을 택하고 있다.

▽대책 비상=이탈리아 정부는 매년 유럽으로 들어오는 밀입국자가 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밀입국자는 아프리카 출신이 가장 많고, 터키 코소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 남동부 유럽 출신들도 적지 않다.

인구 유입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밀입국자도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 산하 연구소(DBR)는 EU가 확대되면 동유럽으로부터의 인구 유입이 늘어 2015년까지 300만명이 들어올 것으로 추산했다.

유럽으로 이주하는 중국인도 급증하는 추세다. 91년부터 10년간 스페인에 들어온 중국인은 600% 늘었다.

지난달 19일에는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이 내무장관 회의를 갖고 EU 공동 해상경찰청 설립을 논의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내무장관은 회의에서 지중해를 경유하는 밀입국자를 막기 위해 인근 유럽 아프리카 국가들과 함께 ‘유럽안보지대’를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비자에 마이크로 칩을 내장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밀입국 문제는 12월 EU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다뤄진다.

EU 국가들은 1999년 체결한 암스테르담 협정에 따라 내년 5월까지 공동 이민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 일정에 맞춰 밀입국자를 막는 장치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반외국인 정서, 극우정당 득세, 테러 등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