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최고경영자 오닐]월街 첫 흑인CEO ‘절반의 성공’

  • 입력 2003년 11월 3일 18시 48분


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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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최초로 미국의 대표적 증권사 메릴린치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인물.

뉴욕 타임스는 2일 지난해 12월 메릴린치 CEO가 되면서 전 세계 금융계의 주목을 받았던 스탠리 오닐을 재조명했다. 1년 가까운 오닐 사장의 CEO 역할에 대한 평가는 ‘절반의 성공’.

CEO에 오르기 전인 지난해 7월 메릴린치 사장으로 임명된 그는 2만3000명을 감원하고 고위직 임원 19명을 내보내는 초강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에서는 “오닐 사장은 지금까지 미국 금융계가 겪은 것 중 가장 혹독한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오닐 사장이 월스트리트도 놀란 강력한 구조조정을 강행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2000년 주식중개본부장으로 있을 때 내린 ‘결론’ 때문이었다. 그는 시장의 장기침체 전망과 회사 재무상태의 취약성을 놓고 볼 때 그때까지의 확장정책은 지나친 고비용 구조라고 판단했다.

그의 수술로 메릴린치의 자산관리 인력은 대부분 40대 초반으로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젊어졌고, 출신지역도 한국 호주 이집트 등으로 다양해졌다. 메릴린치의 주 업무도 채권거래로 바꿨다.

그 결과 올해 들어 메릴린치의 주가는 50% 이상 치솟았고 올 2·4분기(4∼6월) 세전수익률은 19.1%로 작년 같은 기간의 15.3%보다 크게 늘었다. 또 3·4분기(7∼9월)까지 2분기 연속으로 수십억달러의 이익을 냈다.

그러나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성과는 올렸지만 메릴린치의 ‘어머니 같은 푸근한 기업문화’를 버렸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자신을 CEO로 밀어준 토머스 패트릭이나 아샤드 자카리아 같은 고위직 임원까지 내쫓은 일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생생하다.

메릴린치 창업자의 아들로 고위직 임원을 지냈던 윈트롭 스미스 2세는 최근 한 공개강연에서 “오닐 사장이 똑똑하고 능력은 있지만 출신이 미천하고 정규교육을 받지 않아 전임자들처럼 기업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경고했다. ‘두고 보자’는 뜻이다.

오닐 사장은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에서 공원으로 일하면서 사내 대학을 졸업한 인물.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의 기존 CEO들과는 다른 ‘변종’으로 불린다. 다른 CEO들은 학벌을 내세워 ‘사람 장사’에 능하지만 그는 외부인을 만나기보다는 가족과 저녁을 즐겨 먹는다.

오닐 사장은 능력 있는 직원이 회사를 떠나도 전화를 걸어 만류하거나 더 많은 돈을 제시하지도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메릴린치의 재정 자문담당자들이 7000명이나 줄어든 것도 그의 이러한 성향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스탠리 오닐은…▼

1951년 미 앨라배마주에서 출생

1974년 제너럴모터스(GM) 사내대학 졸업

1978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졸업

1987년 메릴린치 입사

1997년 부사장

1998년 최고재무책임자(CFO)

2000년 주식중개본부장

2001년 사장 취임

2002년 최고경영자(CEO)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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