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6일간 열린 올해 축제는 44회. 부근에 대학이 많아 하나둘 생겨난 ‘헌책방’이 거리를 형성한 것이 100년도 넘는다고 한다.
일요일 오후 이곳을 찾았을 때 거리는 일본인뿐 아니라 관광객들로 가득 차 길을 헤쳐 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책방마다 20∼30% 할인표가 걸려 있었다. 주변 도로에는 임시 판매대가 늘어서 있고 골목에는 타지에서 온 책방주인들이 수레 위에 가두 서점을 차려 놓았다. 이번 축제에 선보인 헌책이 100만권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문학 영화 법률 스포츠 역사 여행 아동 등 전문분야별 서점이 즐비한 가운데 흘러간 시절의 LP 음반이나 CD, 혹은 일본 전통 판화를 파는 상인들도 있었다. 50∼100년 전의 일간 신문 한 장을 비닐로 잘 포장해 200∼400엔(약 2000∼4000원)에 팔기도 했다.
서양 영화와 음악 책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70대 여성은 “손님이 해마다 줄어들지만 작년에 책을 산 손님을 올해 다시 만나 기쁘다”고 말했다.
책 더미를 뒤지는 한 청년에게 말을 걸자 대답이 돌아왔다.
“지하철에서 내린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가방이 무거워졌네요.”
경제학을 전공한다는 이 와세다(早稻田)대 대학원생은 절판된 옛날 책을 찾으러 왔다가 한 권에 100엔(약 1000원)에 살 수 있는 좋은 책이 많아 잔뜩 샀다고 했다.
“벌써 배낭이 꽉 찼는데, 또 살 거야?”, “그만 가자”며 말리던 친구 2명도 이내 가을 햇살 아래 풍기는 책의 향기 속으로 함께 빠져들었다.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다는 일본인. 이날 거리 서점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책의 가치를 발견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헌책 축제장에 10대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영상에 홀려 ‘문자 이탈’이란 말이 생겨난 요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듯했다.
조헌주 도쿄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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