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뉴욕마라톤에서 꼴찌로 골인한 조 코플로위츠(55). 그는 어느 철녀(鐵女)보다도 더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불편한 몸을 지팡이 2개로 지탱하고 거북처럼 달린 그는 센트럴파크의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쓰러지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코플로위츠씨는 30년 전부터 당뇨와 중추신경계질환을 앓는 등 평생을 병과 함께 살아온 주부. 그는 레이스 내내 다리에 자극을 주기 위해 특수 제작된 ‘전극’을 달고 진통제를 맞았다. 또 2시간에 한번씩 혈당을 체크했다.
코플로위츠씨는 2일 오전 5시30분 다른 선수들보다 4시간 먼저 출발했지만 12km를 채가지 못해 모든 선수에게 추월당했고 그 뒤로는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새벽에 출발한 레이스는 이튿날 정오가 다 돼서 끝났다. 골인한 뒤 그의 첫마디는 “지금 이렇게 앉아 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는 것.
88년 마라톤을 시작한 코플로위츠씨의 개인 최고기록은 첫 완주 때 세웠던 20시간. 2000년에는 33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다.
그는 “이번 마라톤은 정말 극한 체험이었다”며 “매년 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앞으로 다섯 차례 더 뉴욕마라톤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