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곳]佛 라파랭 총리 “난 烹인가요”

  • 입력 2003년 11월 4일 19시 09분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사진)를 버릴까?

여론조사기관인 BVA가 3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57%는 라파랭 총리의 사임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임을 희망한 사람은 36%에 불과했다. 라파랭 총리는 지난해 5월 재집권한 시라크 대통령 집권 2기 인사의 최대 성공작으로 꼽혀온 인물. 취임 초기 치안 확보와 공공부문 개혁을 밀어붙여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실무에 능하고 꼼꼼하게 내정을 챙기는 라파랭 총리와 국제정치 감각이 뛰어난 시라크 대통령은 ‘환상의 콤비’로 통했다. 이라크전쟁 이전만 해도 두 사람의 지지율이 모두 60%를 넘었다.

그러나 올봄 연금개혁을 하면서 라파랭 총리의 처지는 바뀌었다. 전보다 오래 일하면서 더 적은 연금을 받게 된 근로자들은 책임을 라파랭 총리에게 돌렸다.

무엇보다 경제 사정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 결정적 이유. 실업률이 10%에 육박하며 올해 성장률은 10년 만에 가장 낮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바캉스 시즌 대규모 폭염 사망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라파랭 총리의 추락은 시라크 대통령의 인기마저 끌어내렸다. BVA 조사에서 시라크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0%였다. 이러니 집권 2기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는 내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라크 대통령이 라파랭 총리를 버릴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과 총리가 외치(外治)와 내정(內政)을 분할하는 프랑스의 분권형대통령제 성격상 총리가 경기하락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는 최근 언론 기고에서 “시라크 대통령은 군림하지만 책임이 없고, 라파랭 총리는 정책집행자이지만 권위가 없다”고 지적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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