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외국인이 한국 증시만 특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가 모두 ‘글로벌 유동성’의 수혜를 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 경제를 밝게 보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증시에 들어오는 외국자금=외국인은 올 5월부터 한국 증시에 본격적으로 돈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5월에는 들어온 돈이 나간 돈보다 5억3000만달러 많았고 6월 26억4000만달러, 7월에는 25억6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이어 10월에는 월간 기준으로 43개월 만에 최대 액수인 34억달러의 순유입액을 기록했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 추세도 자금 유입 추세와 일치한다. 외국인은 한국 시장에서 5월 6877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주식을 사들이더니 10월에는 3조3550억원을 순매수했다.
2000년 3월 이후 가장 많은 액수로 월간 단위로는 사상 두 번째 규모다.
외국인은 올 3월 이라크전쟁 개전 이후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적극적인 주식 매입으로 돌아섰다. 한국 증시에는 그보다 두 달 늦은 5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한미(韓美) 공조 체제를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돈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3월 이후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인도 등 아시아 나라들에서 비슷한 강도로 주식을 대거 매집해 왔다. 이들 나라 증시는 현재 모두 연중최고치를 돌파했다.
외국인이 아시아 증시에 돈을 쏟아 붓는 이유는 우선 미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회복되면 한국 등 아시아 수출국들의 수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
‘중국 효과’도 있다. 안선영(安善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추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이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아시아 나라들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증시가 올 최고치를 나타내고 조정에 들어간 10월 15일 이후에도 외국인은 아시아 시장에서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만의 잔치, 실제 체감지수는 낮다=외국인이 아시아 주식 매집을 계속할 것인지는 일단 7일 발표되는 미국 10월 고용지표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철순(李喆淳) 우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실업률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분간 국내증시의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종합주가지수 800 선의 체감지수는 낮다. 기관과 개인은 올 증시에서 각각 7조원과 6조원의 주식을 순매도해 손에 들고 있는 주식이 많지 않다.
KTB자산운용 장인환(張寅煥) 사장은 “외국인들의 매수공세가 강화되면서 경영권 보호를 위한 회사측의 지분매입이 늘어나 외국인들의 자본이익만 불려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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