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런던… 세계 주요도시도 집값 급등

  • 입력 2003년 11월 5일 18시 59분


최근 몇 년간 도시의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서울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닌 세계 주요 도시의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미국의 뉴욕, 영국의 런던, 호주의 시드니, 아일랜드의 더블린 등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크게는 서울의 7배를 넘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조세정책 등 정부가 직접 주택가격 잡기에 나서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어 한국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서강대 김경환(金京煥·경제학) 교수는 “금리 조세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정책을 국지적인 가격급등 대책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공급을 늘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이 오르면 정부가 즉각 개입해 가격을 낮추고 가격이 떨어지면 또 다시 주택·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냉탕·온탕’식 정책은 자칫 전체 경제를 멍들게 할 우려가 높다는지적이다.

▽주택가격 급등은 세계적 현상=세계적인 주간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각국의 통계기관 자료를 수집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세계 주요 국가 및 도시의 주택가격은 대부분 크게 올랐다.

1995∼2002년 7년 사이 미국은 51% 올랐고 이 가운데 뉴욕은 75% 상승했다. 영국은 125% 올랐으며 특히 런던은 182%나 뛰었다. 적극적인 외국인투자 유치로 경기회복세를 탔던 아일랜드는 219% 올랐으며 수도인 더블린은 273%나 급등했다.

반면 이미 거품경기 붕괴를 겪었던 일본은 20%, 그 중에서도 도쿄는 32%나 가격이 급락했다. 경기침체에 빠져있는 독일도 5% 떨어졌다.

한편 이 기간에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큰 폭으로 한번 떨어지기는 했으나 곧바로 회복해 전국 평균 20.5%, 서울은 35.1% 올랐다. 주요 국가들의 인상폭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다.

다만 서울지역의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작년 한 해 동안 43.2%나 급등했다. 이는 재건축아파트를 제외한 서울지역 기존 아파트의 가격상승률(15.3%)을 크게 웃돈다.

이 같은 가격 급등으로 조만간 주택 가격 거품이 붕괴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주요 국가 및 도시의 주택가격을 분석한 뒤 “미국은 15∼20%, 영국 호주 네덜란드 스페인 등 주택붐이 일고 있는 국가는 30% 이상 거품이 끼어있다”며 “가격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연구원도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에 40% 정도 거품이 들어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집값 상승이 낮은 이자율, 소득증가, 인구증가, 주택공급 한계 등에 원인이 있기 때문에 거품 붕괴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대책은 한국과 많은 차이=세계 주요 국가나 도시에서도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대처 방법은 한국과 많이 달랐다. 대체적인 흐름은 시장논리에 맡겨두는 것.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金炫我) 부연구위원은 “외국은 부동산가격을 잡기 위한 직접적인 규제는 없고 공급량 조절책에 주로 의존한다”며 “서민 등 저소득층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주택자금을 지원하고 과열됐다면 회수하는 방식으로 관여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뉴욕 맨해튼의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도 미국 안에서 이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강남 집값 급등을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문화적 차이가 경제논리에 근거한 해결방식을 어렵게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조세연구원 노영훈(魯英勳) 선임연구위원은 “전 세계에서 주택가격을 잡기위해 조세수단을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특히 양도세 등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으로 주택가격 변동폭을 줄이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는 게 선진국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세계 주요 국가 주택가격 변화 비교(전년동기 대비,%)

1995∼2002년2003년 상반기
한국20.510.7
미국515.6
영국12517.8
스페인9517.5
아일랜드21914.7
프랑스4510.3
벨기에579.9
이탈리아298.8
스웨덴687.6
캐나다185.8
네덜란드1212.7
독일-5-3.5
일본-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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