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조세정책 등 정부가 직접 주택가격 잡기에 나서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어 한국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서강대 김경환(金京煥·경제학) 교수는 “금리 조세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정책을 국지적인 가격급등 대책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공급을 늘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이 오르면 정부가 즉각 개입해 가격을 낮추고 가격이 떨어지면 또 다시 주택·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냉탕·온탕’식 정책은 자칫 전체 경제를 멍들게 할 우려가 높다는지적이다.
▽주택가격 급등은 세계적 현상=세계적인 주간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각국의 통계기관 자료를 수집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세계 주요 국가 및 도시의 주택가격은 대부분 크게 올랐다.
1995∼2002년 7년 사이 미국은 51% 올랐고 이 가운데 뉴욕은 75% 상승했다. 영국은 125% 올랐으며 특히 런던은 182%나 뛰었다. 적극적인 외국인투자 유치로 경기회복세를 탔던 아일랜드는 219% 올랐으며 수도인 더블린은 273%나 급등했다.
반면 이미 거품경기 붕괴를 겪었던 일본은 20%, 그 중에서도 도쿄는 32%나 가격이 급락했다. 경기침체에 빠져있는 독일도 5% 떨어졌다.
한편 이 기간에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큰 폭으로 한번 떨어지기는 했으나 곧바로 회복해 전국 평균 20.5%, 서울은 35.1% 올랐다. 주요 국가들의 인상폭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다.
다만 서울지역의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작년 한 해 동안 43.2%나 급등했다. 이는 재건축아파트를 제외한 서울지역 기존 아파트의 가격상승률(15.3%)을 크게 웃돈다.
이 같은 가격 급등으로 조만간 주택 가격 거품이 붕괴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주요 국가 및 도시의 주택가격을 분석한 뒤 “미국은 15∼20%, 영국 호주 네덜란드 스페인 등 주택붐이 일고 있는 국가는 30% 이상 거품이 끼어있다”며 “가격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연구원도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에 40% 정도 거품이 들어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집값 상승이 낮은 이자율, 소득증가, 인구증가, 주택공급 한계 등에 원인이 있기 때문에 거품 붕괴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대책은 한국과 많은 차이=세계 주요 국가나 도시에서도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대처 방법은 한국과 많이 달랐다. 대체적인 흐름은 시장논리에 맡겨두는 것.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金炫我) 부연구위원은 “외국은 부동산가격을 잡기 위한 직접적인 규제는 없고 공급량 조절책에 주로 의존한다”며 “서민 등 저소득층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주택자금을 지원하고 과열됐다면 회수하는 방식으로 관여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뉴욕 맨해튼의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도 미국 안에서 이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강남 집값 급등을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문화적 차이가 경제논리에 근거한 해결방식을 어렵게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조세연구원 노영훈(魯英勳) 선임연구위원은 “전 세계에서 주택가격을 잡기위해 조세수단을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특히 양도세 등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으로 주택가격 변동폭을 줄이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는 게 선진국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세계 주요 국가 주택가격 변화 비교(전년동기 대비,%) | ||
| 1995∼2002년 | 2003년 상반기 |
한국 | 20.5 | 10.7 |
미국 | 51 | 5.6 |
영국 | 125 | 17.8 |
스페인 | 95 | 17.5 |
아일랜드 | 219 | 14.7 |
프랑스 | 45 | 10.3 |
벨기에 | 57 | 9.9 |
이탈리아 | 29 | 8.8 |
스웨덴 | 68 | 7.6 |
캐나다 | 18 | 5.8 |
네덜란드 | 121 | 2.7 |
독일 | -5 | -3.5 |
일본 | -20 | -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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