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 성공신화 주역 디자이너 포드 퇴진

  • 입력 2003년 11월 5일 19시 09분


세계적인 패션기업 구치의 성공신화를 이끈 천재 디자이너 톰 포드(42)가 내년 4월 구치를 떠난다.

이탈리아 패션기업 구치와 구치의 대주주인 피노-프랭탕-르두트(PPR) 그룹은 4일 공동성명을 내고 구치의 수석 디자이너인 포드씨와 최고경영자(CEO) 도메니코 데 솔레(59)가 고용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4월 구치를 떠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데 솔레씨와 포드씨는 각각 1980년대 초와 1990년 구치에 입사해 경영난을 겪고 있던 구치를 매출액 세계 3위의 패션기업으로 일으킨 주역. 특히 포드씨는 구치가 파산 위기에 몰렸던 94년 수석 디자이너로 취임해 회사를 기사회생시킨 ‘구치의 최대자산’이다.

포드씨는 2000년 구치가 인수한 프랑스 패션기업 이브 생 로랑의 경영과 상품 제작에도 간여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과정에서 포드씨와 갈등을 빚은 프랑스의 전설적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지난해 초 전격 은퇴해 세계 패션계에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4일 포드씨와 데 솔레씨의 퇴진이 알려지자 PPR 그룹의 주가는 파리 증시에서 4.8% 급락해 미화 96.54달러에 마감하는 등 각국 증시에서 일제히 하락했다.

구치의 지분 67%를 소유하고 있는 PPR는 내년 4월까지 구치 주식을 주당 미화 85.52달러에 공개 매수해야 한다. 증시 분석가들은 PPR가 포드, 데 솔레씨와 비견될 만한 수석 디자이너, CEO를 영입하지 못하면 주당 85.52달러 이상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드씨와 데 솔레씨가 구치와 결별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구치측 성명은 “양측이 계약 연장을 모색했지만 향후 신제품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업계에서는 더 많은 연봉과 재량권을 요구하는 포드씨와 데 솔레씨의 요구를 PPR측이 거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드씨와 데 솔레씨는 지난해 각각 551만유로(약 74억4000만원)와 231만유로(약 31억2000만원)를 연봉으로 받았다.

포드씨는 4일 성명을 내고 “13년간 구치는 내 인생이었다”면서 “구치를 떠난 인생을 생각하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아쉬워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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