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투표 불참땐 국적박탈 "러 장관 엽기 발언

  • 입력 2003년 11월 7일 15시 54분


"3번 이상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러시아 국적을 박탈해야 한다."

다음달 7일 러시아 총선을 앞두고 여당 지도자가 국민의 참정권에 대해 극단적인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통합러시아당 공동대표인 세르게이 쇼이구 비상대책부 장관은 6일 "각종 선거의 투표율이 너무 저조해 걱정"이라며 '애국심이 부족한 유권자'를 퇴출시키는 방안을 갑자기 거론했다.

이에 대해 언론과 야당 인권단체들은 '투표하지 않을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무시하는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쇼이구 장관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쇼이구 장관은 그러나 "불가리아 에콰도르 등에서도 투표 안하는 유권자를 벌금이나 징역형에 처하는 경우가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러시아에서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최근 투표율이 30%에도 못 미치는 선거가 많아지고 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모든 정당이나 후보에 반대'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까지 도입했지만 여론조사 결과 31%의 유권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투표를 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러시아 민영 NTV는 "유럽의 소국인 안도라에서는 투표한 유권자에게 사례금을 주고 투표 진행을 도운 자원봉사자들에게는 포도주를 대접하는 등 '채찍'보다는 '당근'으로 유권자의 참여를 유도한다"고 소개하며 쇼이구 장관의 발상을 비판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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