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이라크주민에 法 이상의 힘” 평화유지 비결 소개

  • 입력 2003년 11월 7일 18시 48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북서쪽에 위치한 라마디는 미군에 대한 크고 작은 공격이 매일 이어지는 ‘수니 삼각지대(수니파 밀집지역)’에 있다. 그런데 요즘 이곳에 이례적인 ‘평화’가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주둔 미군이 현지 부족장과 일종의 ‘평화 거래’를 했기 때문.

월스트리트 저널이 소개한 일화에 따르면 이곳에 주둔한 플로리다 방위군 소속 1-124대대(battalian)는 현지 부족장인 세이크 하메드 아무 알완의 동생이 최근 미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는 물증을 입수해 그를 체포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부족장은 헥터 미라블 대대장에게 “동생을 풀어주면 공격하지 않겠다”고 제안해 왔고 미라블 대대장은 이를 받아들여 부족장의 동생을 석방했다. 이후 주둔 미군은 일주일째 단 한번도 공격을 받지 않았다.

미라블 대대장은 “1910년대 아라비아의 로렌스 이후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당시는 낙타를 타고 다녔지만, 지금은 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부족장 중심의 전통사회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아랍 사회의 특성을 말한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군이 부족장을 믿고 혐의자를 석방한 것은 부족장의 말이 아직도 ‘법’ 이상의 힘을 갖고 있는 현지 상황을 파악했기 때문이며, 다른 부대들도 이 부대와 같은 ‘평화 거래’를 모방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국내 중동전문가들은 “한국도 현지 공관과 현지 사정에 밝은 정보원들을 동원, 이라크 각 지역의 부족장 등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에 대한 신상명세를 수집하고 이들과 접촉해 신뢰와 친분을 미리 쌓아놓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는 “파병 군인들에게 현지 언어보다는 이라크 문화에 대한 이해와 교육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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