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학전그린 소극장에서는 ‘지하철 1호선’의 2000회 공연이 열렸다. 1994년 5월 첫 공연을 시작한 이래 이 ‘지하철’은 9년 6개월을 쉼 없이 달려왔다. 공연이 끝나자 김민기 대표는 “배우들이 긴장한 탓인지 2000회 공연 중 최악이었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공연을 지켜보던 그립스 극단 단원들은 한국 배우들의 연기에 환호를 보냈다. 이들이 부른 ‘아침이슬’은 김 대표와 학전의 배우들에게 보내는 축하 선물이었던 셈.
공연에 앞서 ‘지하철 1호선’ 자선 경매행사도 열려 김 대표의 애장품인 기타가 500만원에 팔리는 등 성황을 이뤘다. 독일 극단원들도 드럼 스틱, 포스터 등을 경매에 내놓았고 경매에 나온 물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날 모인 경매수익은 ‘지하철 1호선’의 ‘실제 주인공’인 노숙자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독일 ‘1호선’의 원작자인 폴커 루드비히는 철저하게 한국적으로 번안된 ‘지하철 1호선’의 매력에 반해 이 공연이 1000회를 넘긴 이후에는 저작권료도 안 받고 있다. 그는 2000년 ‘지하철 1호선’ 팀을 초청해 독일 공연도 주선했는데 이번 독일 팀의 공연은 그 답례로 이뤄진 것이다. ‘지하철 1호선’이 2000회를 운행한 데는 이 같은 독일 그립스 극단의 ‘훈훈한 우정’도 큰 몫을 한 것 같다.
이날 ‘아침이슬’을 불러준 그립스 극단에 대해 ‘지하철 1호선’의 역대 출연배우들은 김 대표가 작곡한 또 다른 노래인 ‘가을 편지’를 불러 화답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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