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주성원/"Hello, 심청"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8시 25분


한국의 고전 ‘심청전’을 미국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영어 연극 ‘심청.’ 푸른 눈의 미국인들이 선보인 이번 공연은 판소리의 매력을 한껏 살려낸 무대란 점에서도 주목된다.  -주성원기자
한국의 고전 ‘심청전’을 미국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영어 연극 ‘심청.’ 푸른 눈의 미국인들이 선보인 이번 공연은 판소리의 매력을 한껏 살려낸 무대란 점에서도 주목된다. -주성원기자
“My father is blind, but if he serves the Budda sincerely with a sacrifice of three hundred sacks of rice, it is said his eyes will open and he will see.”(우리 아버지는 장님이지만 부처님께 공양미 삼백석을 드리고 지성으로 공양한다면 눈을 뜰 수 있다는 군요)

미국 노스리지 캘리포니아 주립대(CSUN) 연극학과가 제작한 연극 ‘심청(SHIM CH’ONG, A Korean Folk Tale)’이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23일까지 계속된다.

한국 고전 ‘심청전’을 바탕으로 한 이 연극의 줄거리는 ‘심청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해석과 형식은 독특하다. 예를 들어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에서는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등장해 가족에게 보내는 유서를 읽는다. 연극 연출자인 제임스 딘 폴 CSUN 연극학과 학과장은 “정 회장의 유서에서 아버지로서 그의 가족 사랑을 발견했고, 이 점이 심청이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과 겹쳐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영어연극 ‘심청’이 한국의 고전과 맥이 닿아있음을 보여주는 요소도 찾을 수 있다. 무대 한편에서 작품의 흐름을 조절하는 판소리가 그것이다. 박찬응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는 영어 아니리를 섞어가며, 한국어로 판소리를 불러 연극의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박 교수는 “미국 공연에서도 한국말로 소리를 했지만 배우와 관객 모두 감정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연출자 딘 폴 교수도 “판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 깊은 감동을 느꼈다”며 “열정과 고통이 포함된 미국의 ‘블루스’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맞물린 이 연극에서 판소리는 매우 이질적인 요소들을 이어주는 거멀못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푸른 눈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미국 연극 ‘심청’은 ‘인류구전 및 세계무형유산 걸작’에 선정된 판소리의 신선한 매력을 보여주는 공연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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