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세력의 무장능력 및 공격기술은 어느 정도일까.
▽저항세력의 막강한 재력 =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이라크 현지 답사를 토대로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5월1일 종전 선언 후 가해진 테러공격의 대부분을 후세인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저항세력이 사주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들이 직접 공격전면에 나서지 않고 150∼500달러의 '성공보수'를 조건으로 과거 정권 범죄자들을 포섭, 미군 및 이라크경찰 공격에 나서게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저항세력은 이라크 내에서만 10억 달러 정도를 운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군도 이에 맞서 돈으로 정보원을 포섭, 테러범들을 색출하는 '달러 작전'을 벌이고 있다. CSIS의 조사에 응한 미군 지휘관들은 한 목소리로 "병력 증원보다 달러가 긴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살폭탄 공격은 이라크인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신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수단 등지에서 흘러온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진화'하는 테러수법 = 후세인 고향 티크리트 등지의 치안을 맡은 미 4보병사단이 총류탄 공격을 받은 것은 종전 선언 후 2개월이 올 7월경. 미군의 전투장비가 월등해 '치고 빠지기' 어렵자 사거리를 늘리려는 시도였다. 한 달 뒤엔 C4(폭약의 일종) 등을 얼기설기 엮은 사제 폭발물이 도로변에 매설되거나 자살차량에 장착돼 미군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로켓포과 박격포까지 가세했다.
이중 차량폭탄은 공격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성이 특징. 그러나 바그다드 유엔사무소, 요르단대사관 등을 공격한 차량폭탄은 다량의 탄약을 묶은 것이지만 터지지 않은 탄약도 발견돼 기폭 기술이 조악한 것으로 분석됐다.
▽로켓포와 지대공 미사일이 가장 위협적 = 후세인 전 대통령은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에 미 해병대 헬기가 추락하는 장면을 묘사한 영화 '블랙 호크다운'을 공화국 수비대 장교들에게 관람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공(地空)합동 작전에 필수적인 헬리콥터의 '천적'으로 지대공 미사일을 지목한 것이다. 미군 헬기는 종전 후 6대(확인 요청)나 피격돼 이제는 도로나 밀집 거주지역을 피해 작전에 투입되고 있다.
22일엔 택배회사 DHL의 에어버스300 항공기가 이륙 도중 지대공 미사일에 맞았다. 추종세력이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옛 소련제 SA-7(사거리 3.2km)이 드디어 민간 표적 테러에 가세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알 라시드 호텔을 명중시킨 로켓포의 최대사거리는 7km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인구 밀집지역에서 이 정도 사거리를 갖춘 무기라면 사실상 사전방어가 어렵다. 21일 팔레스타인 호텔 등을 공격한 로켓포는 자동차 배터리로 시한(時限)뇌관을 만들어 무인(無人)발사시켰다는 점에서 미군을 경악시켰다.
▽고도의 위장술 = 알 라시드, 팔레스타인 호텔 등은 미군의 경계가 삼엄한 안전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추종세력은 그러나 알 라시드 호텔 공격 시엔 비상발전기를 적재한 듯한 트레일러나 밴에 로켓포 발사대를 얹었고, 팔레스타인 공격 시엔 당나귀 수레를 이용했다. 단전에 대비한 비상발전기와 당나귀 수레가 바그다드 시내의 일상적인 풍경임을 역이용한 것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 공격 시엔 앰뷸런스에 폭탄을 실어 터트렸다. 경계심리를 약화시키려는 목적이다. 저항세력의 게릴라전법이 갈수록 교묘, 치밀해지고 있어 미군의 '안전지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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